(데스크의 창) 축구와 정치
실베스터 스텔론이 주연한 전쟁과 축구를 다룬 1981년 영화 ‘승리의 탈출’은 축구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자기 꾀에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 스릴과 코믹을 적당히 섞은 사실적인 영화이다. 축구 황제 ‘펠레’가 출연하여 현란한 묘기와 함께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1943년 2차 대전이 한창인 독일의 연합군 포로수용소. 어느 날 독일군 축구팀은 연합군 포로들에게 경기를 제의한다. 삭막한 수용소지만 독일군 축구팀은 온갖 지원을 받는 강팀인 반면 포로팀은 심심풀이 조기 축구회 수준이다. 저항이 끊이지 않는 파리에서 연합군 축구팀을 눌러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연합군 포로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경기를 벌이다 경비가 허술한 휴식시간에 하수구를 통해 탈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계속되자 탈출하려는 생각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스포츠인 정신이 살아났고, 경기에 온힘을 다하게 된다. 패배의 쓴 맛을 본 포로가 아니라 선수로서의 명예가 더 중요했다.
포로들은 눈부신 실력을 발휘한다. 한 점을 리드한 상태에서 맞이한 억울한 위기. 독일팀은 심판의 도움으로 페널티킥 찬스를 얻지만 신출내기 골키퍼 실베스터 스탤론은 믿기지 않게 막아낸다. 승리한 포로 선수들과 관중들이 운동장에서 한 덩어리가 된다. 관중들은 선수들을 외투로 감싸고 독일군 사이를 빠져 나갔다.
축구 경기에서의 스포츠 정신이 얼마나 위대하며, 그 정신이 국민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를 잘 알려주는 영화였다. 또한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얄팍한 잔머리를 깨뜨려주는 통괘한 패러디였으며, 알량한 권력에 취한 자들에 대한 경종이자 교훈이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인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는 국가정보원 압수 수색을 하다가 수사팀에서 배제되는 굴욕을 겪었다. 그는 국정 감사 증인으로 나와 “(국기를 뒤흔든 사건을 바로 잡으려는)수사과정에 외압이 심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국민을 보고 가는 공직자로서의 기개가 오래 기억될 명장면이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한직을 전전했지만 결국 ‘박근혜·최순실게이트 특별검사4팀장’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9일, 그를 서울지검장에 임명했다.
이처럼 진실은 위선을 이기며, 참된 정치는 인재를 알아보는 법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군산시가 민간인들에게 도와달라고 했던 ‘군산시민축구단U-15’ 운영을 1년도 안되어 체육회 산하 단체에 맡기기로 했고, 새롭게 출발했다는 소식이다. 그럴 거라면 진즉 군산시가 나설 일이었다.
만사는 사필귀정이다. 하찮은 일이라고 웃어넘길지 모르지만 모든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만일 정치적 이해관계가 섞여 있다면 그 흔적은 남게 마련이며, 뒷감당은 온전히 그렇게 만든 이들의 몫이다.
권력의 끄트머리는 늦가을 햇빛과 같다. 잔머리 쓰는 독일군 병정이 아니라 ‘승리의 탈출’에서 보여준 연합군 팀처럼 스포츠 정신이 살아있는 축구와 정치이길 기대한다.
채명룡 / 2018.11.27 21:4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