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따라 세상이 변한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도시에서나 구도심을 살리는 일이 숙제이다. 주거 환경을 재개발하여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려는 도시재생 사업은 물론이거니와 무너진 상권을 살리기 위한 상권르네상스사업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월명동과 영화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에 이어 2018년부터 금암동과 중앙동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 재생사업이 벌어졌다.
모두 1천356억을 투자하여 째보선창과 신영시장 일대를 주거와 상권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만들고 있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다.
눈길이 모아지는 건 이 지역과 연계하여 무너진 시장 상권을 살리려는 목적으로 5년간 80억이 투자되는 ‘상권르네상스사업’ 때문이다.
중앙·금암지구 도시재생사업이 하드웨어라면 이 르네상스 사업은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이미 2년 동안 이미 30억이나 되는 사업비를 써버렸다. 제출된 추진 성과를 보면 화려하다.
그렇다면 상권을 살린다는 사업은 어땠을까.
비어있는 건물을 수리하여 5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거점공간 창업’ 사업을 살펴보자. 지원자가 장사를 할 수 있게 건축물 공간의 기본 보수 (천장, 외벽, 내벽, 바닥, 화장실, 기본 전기시설 등)에 수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전 상인회의 관계자는 “사업 대상이 된 7개 건물 가운데 두 곳의 소유자가 상인회 핵심 인사”라면서 “특정인의 건물을 살리기 위한 사업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실이라면 시장 일대의 빈 상가가 약 600곳이나 된다는 데 하필 상인회 핵심인사 소유의 건물이 대상이 되었는지 사업단이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한 관계자로부터 중기부의 지침을 받아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검증을 받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져 있었다.
그럴까. 무엇이 문제인가 따져보기 전에 이 사업단에서 추진한 60~70가지나 되는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서 무척 혼란스러웠다.
일부에서 중복 투자이니, 사업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다느니 하는 소리도 나왔다.
시장 상권을 살린다면서 상인들이 중심에 섰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왜 그러냐면 어려운 말들로 만들어 놓은 사업 내용 때문이다.
사업단이 제시한 ‘구도심활성화구역 예산 현황’을 예로 들어보자.
‘구건축물 안전진단 및 리뉴얼 디자인’, ‘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 ‘VMD분석 용역 및 시범 인테리어’, ‘스토리메이커 운영’, ‘오프라인 홍보물 제작’, ‘떡국로드’, ‘신아이템 개발용역’, ‘트랜드 마케팅 강의’, ‘언텍트 요리 밀키트 상품’, ‘협업화 공용페키지 지원’, ‘라이브 커머스 진행’ 등등.
시장 상인들 지식 수준을 폄하하자는 게 아니지만 생소하기만 말들을 그들이 알아들을까 의문이 갔다. 이른바 고액 연봉의 전문가들이 이 사업단에 뽑혀 일하면서 생긴 일이다.
사업당 수천만원씩 들어간 성과물이 상권을 살린다는 구호와는 달리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소통이란 눈 높이를 맞추는 게 우선이다.
그들만의 용어와 화려한 수식어로 사업 성과를 만들었다고 해서 상권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군산시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한 상권르네상스 사업이다.
채명룡 / 2022.01.19 16: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