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 28일 창단식을 갖고 출범한 군산시민축구단 U-15가 새로운 시축구협회 집행부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창단 5년여만에 선수단 대부분이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U-15가 제일중 축구부 해체로 멈췄던 엘리트 선수 육성의 산실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축구인들의 충격이 크다. 특히 파행 운영의 원인이 신·구 협회 집행부의 갈등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누구를 위한 축구협회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시는 ‘강 건너 불 구경하는 꼴’로 시정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렸고, 협회는 특정 지도자 때문에 사실상 선수단을 와해시키면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웠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 피해는 모두 어린 선수들의 몫으로 남았으니. 그 상처는 오랫동안 아물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다툼에 아이들이 상처받는 초유의 사태에 시와 협회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운동을 원하는 아이들을 외지로 전학 보내야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학부모회는 5일부터 다시 한 번 집회를 예고했다. 시와 협회의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이럴거면 군산시가 왜 3년여 전 민간에서 후원하면서 운영하던 U-15를 축구협회에 넘기도록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U-15 창단 당시 일반 시민 후원자들이 돈을 모아 선수단의 숙식을 해결했다. 첫 해 금석배에 출전하여 17골을 먹으며 3번을 대패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중등 축구부의 옛 영화를 되찾으려 선수와 학부모, 후원자들이 비 바람 속에서 몸부림쳤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강임준 시장이 당선되면서 민간에서 운영했던 U-15를 축구협회에서 운영하도록 했다. 당시 체육진흥과 K과장이 앞장서 사실상 빼앗다시피했다.
그 때 필자는 “전국의 지방 축구협회에서 선수단을 운영하는 예가 없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협회의 특성상 특정인의 입김에 선수단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이후 3년여 동안 축구협회장 P씨가 이례적으로 산하 단체인 U-15의 단장을 맡았다. 이 때 프로 1군 선수출신의 이상태 감독을 선임했고, 전용버스를 협찬받는 등 나름의 성과도 올렸다.
올 3월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전 협회 집행부 다수를 제명하는 한편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U-15 지도자 해임 예고라는 강수를 던졌다.
필자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이 한 번의 외풍으로 25명이었던 선수단이 3달여만에 4명만 남고 무너지는 사태까지 온 것이다.
운동 선수를 둔 학부모들의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은 매우 독특하고 강하다. 더구나 U-15의 이 감독은 선수단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축구계의 평가를 받아 왔다.
5년에 걸쳐 어렵게 이끌어 왔던 U-15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협회가 앞장 서서 사면초가로 몰아간 셈이다. 물론 협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여러 이유를 대지만 이 사태 앞에 공허한 소리로만 들리는 건 왜일까.
그들은 ‘고유 인사권’을 주장했다. 그 이면에는 예전 협회장이 뽑은 이 지도자가 지난 선거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 의심의 눈초리가 작용했던 걸로 파악된다.
적법한지 여부는 10월말이 지나면 가려질 것이다. 어쨌든 어렵게 창단했던 U-15를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몰아간 셈이니 그 책임은 오랫동안 따라다닐 것이다.
특정인이 벌써 후임 지도자로 내정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이렇게 하려고 지도자를 해임하려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소리도 들린다.
선수 없는 U-15에 보조금은 안된다. 지금의 협회는 이 사실 앞에서 겸허해지길 바란다. 시 재정 지원 없이 U-15를 운영할 수 있다면 청사진을 제시하라.
누구를 위한 축구협회인지, 축구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려는 지 스스로 묻고 답을 얻기를 바란다.
채명룡 / 2021.10.06 09:5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