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廉恥)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면목(面目)은 ‘체면’과 같은 말이며, ‘면목이 없다’는 건 “스스로 자기 잘못을 뉘우쳐 사람다움을 지켜 나간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면목’과 ‘염치’는 때론 혼동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우리 사회의 염치와 면목은 어떨까?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흔히 ‘면목없다’는 말로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 잘못을 책망하는 단어가 아니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청하는 마음을 갈무리한 간곡한 의중이 배어 있다.
‘면목없다’라는 말이 자주 쓰이게 될 때 우리 사회는 서로를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며,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나 양보의 미덕도 넓어진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엔 ‘면목없다’라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말 보다 ’염치없는 사람‘이라는 체면이나 부끄러움도 모른다는 뜻이 담긴 말이 유행처럼 퍼졌다. ’내 탓이오‘보다는 ’남 탓‘에만 열중하는 시대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시대의 염치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로운 지방 정부가 들어섰다. 많은 선량들이 염치를 무릎 쓰고 한 표를 얻었다. ‘면목없다’라는 말은 눈 씻고 봐도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한 약속마저 밥 먹듯 뒤집는 요즘 세태에서 누굴 비난할까 마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하기야 대통령 둘이 ’염치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 ’염치‘가 횡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속이 뻔히 보이는 일을 두고 모르쇠 하는 건 국가의 지도자나 지방의 지도자나 어쩌면 그렇게 닮은꼴인가. 이들의 ‘면목’과 도덕성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 6월 29일 12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떠나는 문동신 시장의 퇴임식이, 다음날에는 들어오는 강임준 시장의 ‘시민들에게 듣는다’는 행사가 열렸다. 문 시장은 공과도 있겠으나 3선 과정을 마친 퇴임이라, 강 시장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하기에 모두 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군산의 신·구 리더들의 행사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따라 ‘염치’와 ‘면목’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무게가 커지는 건 왜일까. 시대가 너무 엄중하고 위급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군산시는 ‘염치없는 일’일랑 그만 되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하다가 안되었을 때 남 탓보다는 ‘면목없다’고 진솔하게 말하는 아름다운 시정이 되기를 희망한다./채명룡=본지 편집국장
채명룡 / 2018.07.04 10:2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