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산이 차별, 혹은 역차별 아니냐는 소리로 시끄럽다. 새만금 때문이다.
먹고사는 데 바쁜 소시민들에겐 생소하게 들릴 일이지만 이 말 들으면 열받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차별이라니......
1987년 7월 정부가 '새만금 간척 종합개발사업'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된 새만금개발이 기어서 기어서 19년만에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었다. 그 즈음 ’정치권은 새만금을 그만 우려먹어라’는 지역 여론이 비등했다.
2007년 12월 27일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되었다. 새만금 안에서의 모든 개발 행위에 있어서 상위법에 우선한다는 특별법이었다. 새만금을 기회의 땅이라고 믿어 온 군산시민들은 물론이고 전북도민들과 정치권은 두 손 들고 환영했다.
무늬만 국가기관이라느니 권한없는 기관이라느니 말도 많았던 2008년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을 거쳤고 2012년 새만금사업법 개정으로 주관부서가 농림부에서 국토해양부로 바뀌었다.
새만금개발청이 이 때 세종시 정부청사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난 2018년 12월 지금의 새만금산업단지 입구로 청사가 이전하였다. 30여년의 긴 기다림이 지나고 새만금 시대가 금방 오는가 싶었다.
2015년 6월 한중FTA산업단지로 새만금이 단독 선정되었으며, 이듬해 4월 한·중경협의 물결을 타고 중국CNPV가 알토란같은 4만8천평의 땅에 10.87MW(3,700가구 사용량) 태양광발전시설을 했다. 발전시설에 이어 모듈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먹튀’ 논란이 나왔다.
고용 인원 한명없이 알짜 단지를 수십년간 무상 사용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특혜라는 소리가 나왔으나 개발청에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 해 군산의 향토기업 ‘동우팜투테이블’이 1,200명 이상의 직원이 필요한 새만금 공장을 세우려고 했으나 당시 개발청은 도계, 혹은 도축 과정이 전체공정의 7%정도인 이 기업에게 ‘일부라도 제한업종이 있는 경우’를 적용하여 입주 신청서 접수조차 거부했다.
당시 그들은 “청정복합산업단지와 배후 주거지 조성 목적과 광활한 입지 여건상 취수지가 없음으로 인하여 용수공급에 한계로 제한업종을 규제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동우는 결국 올초 군산을 떠나 고창으로 발길을 돌렸다.
요즘 2호 방조제 코 앞에 만든다고 하는 스마트 수변도시 사업으로 30년 넘게 기다려온 군산사람들이 애가 탄다. 군산시는 물론 반대이지만 개발청은 속된 표현으로 ‘내 갈 길 간다’고 한다.
특별법의 권한을 시원시원하게 사용하고는 있지만 자칫하면 권한남용이라는 굴레가 씌워질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부터 공청회를 열면서 주변 도시의 의견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의견 구하기가 아니었다는 것 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도대체 국가 기관이 존립하는 이유가 뭔가. 힘없는 기업에겐 ‘갑질’비슷하게 몽니를 부리더니 특정한 외국기업에게 뒤통수를 당하고 유야무야 넘어가면 되는 일인가.
환경적인 요인을 들이대 군산의 향토기업에겐 입주를 거부하더니 6급수 이하의 수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수면을 매립하여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건가?
막강한 권한에는 그보다 더한 책임이 따른다. 이제까지의 일이 정당한 행정 행위인지 아니면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의 몽니부리기인지는 머지 않아 드러날 것이다.
차별의 잣대를 들이대놓고 자기들이 계획한 일에는 문제없으니 내 갈 길 간다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는 고상한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중 잣대를 보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채명룡 / 2020.06.11 09:3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