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군산지역에서 가장 큰 농협조직인 A농협의 조합원이 된 걸 벼슬처럼 여기던 때가 있었다. 지역의 유지들은 물론이고 상공업인 등 이 지역에서 목소리가 높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A농협의 조합원이었다.
1990년대엔 전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지역 농협이었던 때가 있었으니 전국 최고의 농협조합 조합원이거나 혹은 임원이 되었다는 걸 자랑으로 여겼으며, 당사자들이 어께에 힘을 주는 일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러다가 농협 내부의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았고 고소고발 등이 계속되면서 이 농협은 날개도 없이 추락하였다.
오늘날 이 농협은 최근 노조와 조합장의 알력으로 심각한 내부 진통을 겪는 건 물론 전북지역의 6개 시 지역 농협 중에서 경영 성과가 끝에서 놀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농협의 경쟁력 약화는 신용사업에 치중되어 있는 구조와 자격미달 조합원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도시 농협의 전철을 밟고 있는 걸로 파악되는 이 농협은 준조합원과 비조합원들 위주로 상호금융 등의 사업을 펼쳐 수익을 내고 있으며 비료나 유류 사업 등 경제 사업은 소규모로 하고 있을 뿐이다.
진짜 농업인이 아닌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상호금융은 협동조합 원칙에 위배된다. 논 밭떼기 한 평 없는 도시민들이 주축이나 이게 무슨 농협이냐는 소리도 나온다. 농협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박해진 경우이다.
하지만 경제사업을 확대를 통하여 농협의 색깔을 찾으려는 현 조합장의 시도는 번번이 이사회 혹은 노조와의 협의 과정에서 막혔다. 이 농협이 도시 농협의 한계를 벗어나 재도약하려면 지금의 조합원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그 지름길은 선거이다.
농업인이 아니면 조합원이 될 수 없는 게 농협의 조합가입 지침이다. 그러나 이 조합은 준조합원 제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임대농지를 이용한 영농계획서 등을 통하여 조합원 자격을 계속하여 부여하고 있다. 편법이다.
면지역의 농협들이 자기자본을 잠식하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지면서 4개 농협이 통합한 B농협의 예는 더욱 문제이다. 통합하면서 자기자본을 맞추는데 애를 먹었고, 그 과정에서 농민이 아닌 일반인들이 많게는 수천만원씩의 출자금을 내도록 하고 조합원 자격을 주었다.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직원들 또한 조합원의 지위를 가졌다.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출자금을 낸 외부인들의 경우 조합에서 매년 3%에 달하는 출자 배당을 해주고 있다. 거액이며,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금이 빠져 나가고 있는 대목이다.
부부 조합원의 경우 어느 한쪽이 직장보험에 가입할 경우 자격이 상실되어야 하지만 눈감고 지나갔다. 이런저런 문제로 무자격자를 가려낼 경우 3천여 조합원 가운데 수백명은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60일 후면 전국조합장 동시 선거이다. 선거는 유권자들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무자격자들이 선거판을 휩쓸게 된다면 농민들의 민의가 심각하게 왜곡될 게 뻔하다.
원예농협이 실제 영농을 하지 않는 조합원 100명을 걸러냈으며 산림조합은 스스로 탈퇴서를 내지 않는 조합원 195명을 제명하면서까지 조합원 면모를 새롭게 했다. 이들의 용기와 의지를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농협을 농협답게 만들려면 우선 무자격자 문제부터 해결하라. 농협이 나서지 않으려거든 선거관리를 위탁 맡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맡겨서라도 인적쇄신하길 기대한다. 오는 2월 21일부터 6일간 선거인 명부를 작성한다고 한다. 그 이전에 확실히 갈 길을 정해야 한다.
채명룡 / 2019.01.16 11: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