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事大)란 ‘약자가 강자를 섬기는 일’로 풀이된다. 힘없는 조선시대 때 주체성이 없는 사대당 무리들이 세력이 강한 명나라를 받들어 섬기는 태도를 말한다.
힘 있는 세력들에 기대려는 뿌리 깊은 성질을 이르러 ‘사대주의’라고 했다. 약자의 설움이 담긴 말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간신 모리배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서울 집중 현상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와 함께 지방 분권의 시대를 외치는 지금, 정작 지방에서는 분권이 이뤄지고 있을까. 지방행정의 정점인 도청 소재지 위주로 판이 짜지고, 그들만의 논리가 들판을 휩쓸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으로 집중되는 권력을 경계한다면서 정작 지방에선 권력 집중과 그들만의 나눠먹기가 횡행하고 있으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 말하자면 서울 이기주의가 아니라 전라북도에선 전주 이기주의이다.
하기야 도지사가 전주권에서 머물면서, 먹고 자고 일을 보는 사람이니 범 전주적인 사고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스스로 삼가지 않을 거라면 지방분권 소릴랑 애당초 집어 치워라.
‘군산브랜드 상설공연’과 관련한 사업비 집행 과정의 문제는 전주권 이기주의 혹은 우월주의의 단면이며 권력 집중 현상의 민낯이다.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이 문체부에 낸 기획의도에 ‘군산시민에게 직접 미칠 수 있도록 군산지역의 인적 자원과 업체를 우선적으로 배려하여 사업을 집행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60% 가까운 돈을 전주 등 타 지역에서 썼다는 것이다.
위기를 맞은 군산을 조금이라도 도우라는 의미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경으로 반영한 6억여원의 예산이 전주권 인사들의 손에서 녹아났다는 건 ‘나 아니면 안된다. 혹은 전주 사람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사고 아니었을까.
군산에서도 사실상 높으신 분의 지원 단체라고 알려진 XXX포럼 등이 만들어졌고, 보기 민망하게 줄서기가 이뤄지고 있다. 민선시대의 깊은 후유증이다. 눈치 보기가 이만하면 신 사대주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공인 단체를 비롯해 어려운 군산을 위해 목소리를 내줘야 할 인사들이 줄을 섰으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될게 뻔하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군산을 대표한다는 직을 내려놓아야 다른 사람이라도 나서서 애타는 사연을 대변할 게 아닌가.
그렇잖아도 손바닥만 한 군산의 문화예술계에 도지사의 인척이 운영하는 예술과 숙박 시설로 수군수군 말이 많다. 권력은 유한하며 늦가을 석양빛과 같으니, 높으신 분의 가족이라면 삼가하고 은인자중하는 게 도리다. 스스로를 낮추고 소리 없이 기여해도 민심은 꼬부라지기 십상이다.
다분히 전주 편의주의적 발상도 문제이지만 힘없는 전북관광문화재단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도청의 행태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 이 기회에 도지사의 통렬한 반성과 사과와 재발 방치책이 나와야 한다.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겠지만 전주적인 우월주의에 빠진 분들의 생각 또한 멈추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대(事大) 비슷한 행동을 했던 군산사람들의 반성을 촉구한다.
채명룡 / 2018.11.30 13: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