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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칼럼) 하필이면…….

    박승일 본지 회장 newgunsanews@naver.com

    • 2022.11.02 11:02:15

    (군산칼럼) 하필이면…….

     

    하필이면…….

    나에겐 불우이웃돕기에 대한 잔상이 아직 남아 있다. 청소년기 학교에서 이루어졌던 선행(?)의 한 단면이다. 50대 넘어선 세대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머스마들에겐 기억도 희미하리라.

    그 시절 이웃돕기 하면 의례 단체로 모아서 어딘가에 전달하는 식이었다. 사랑의 쌀 모음도 그랬으며, 100원 동전 모으기도 그런 류였다.

    학교에서의 기부는 이렇듯 의무감이 대부분이었다. 푼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었으리라. 남을 돕는다는 마음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서 훗날 누군가는 기부왕이 되고, 누군가는 소리없이 선행을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 시기의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연말 이웃돕기 방송이었다. 겨울 추위가 매섭던 시절, 따듯한 인간애를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행사였다. 학생들은 물론 어느 동네에서 혹은 어느 기업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을 들고 나왔다.

    어느 시기부터 연탄 봉사가 이어졌다. 따뜻함이란 엉덩이가 먼저 따스해야 한다는 한국인 정서에 맞는 일이었다. 어느 외진 달동네, 혹은 판자촌에서 홀로 외롭게 보내는 어르신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땀흘리면서 남을 돕는다는 건 해본 사람만이 안다. 이렇게 다른 분들을 돕는 다는 것은 아련하지만 좋은 추억이다.

    지난 주말 필자가 속한 새군산신문사가 주최한 함께라면 잘 풀려요라는 주제의 기부와 나눔 행사가 벌어졌다. 그 기부와 나눔 공연을 겪고 난 오늘,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본다.

    나는 그 날, 성장통을 앓고 있을 청소년들의 해방구와 같은 함성 소리에 깜짝 놀랐다. 어둡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을 아이들의 에너지가 이런 식으로 분출될줄이야.

    협찬과 기부 물품을 도와준 분들을 대신하여 참석한 기관과 단체,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서운함이 없도록 나눠주는 건 참 흐뭇한 일이었다.

    새군산신문사와 시민예술촌, 행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의 면면을 보고 도와준 분들이 많다. 내 성의야 미약했으나 줄잡아 3천여만원 정도의 물품이 그들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밤 이태원 하로원 행사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국민적 공분이 터져 나올판이었다.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로하고자 만든 기부와 나눔 콘서트였으나 그날 밤의 사태는 이런 행사 내용마저 숨죽일 수 밖에 없도록 했다.

    그렇다고 소중한 물품을 기부해주고 음으로 양으로 후원해준 분들의 마음이 묻혀서는 안될일이다. 하필 이런 일들이 겹쳤으니 난감하지만 그래도 알릴 일이라 몇자 적는다.

    그날 밤의 사고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빈다.

     

    박승일 본지 회장 / 2022.11.02 1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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