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학연과 지연, 혈연 등 각종 인연과 만남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팔은 안으로 굽고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고, 어느 동네에서는 ‘우리가 남이가!’라면서 똘똘 뭉치기도 하고.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항상 자신의 출신지, 고향은 따라다닌다.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거나 지위가 높은 고관대작이 되어도, 스포츠 대회에 우승해도, 어느 분야에 두드러진 업적을 내도 자신의 고향에서는 어김없이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리는 일이 이제 상식이 되었다.
군산출신의 전인지 선수가 지난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 코스에서 막을 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전인지는 2016년 9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최저타인 21언더파를 기록하면서 우승, 2013년 KLPGA 투어 제27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2015년 US여자오픈, 일본 메이저 대회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우승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요 3국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뒤 우리 동네 O골프연습장에 걸린 ‘삼국통일 달성’ 현수막의 주인공이다.
이 대회전까지 2년 1개월 동안 2위는 6번이나 했어도 우승이 없어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으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훌훌 털어버리게 되었다.
전 선수 아버지 전종진씨는 군산출신으로 충남 등지에서 사업장을 운영했으나 순조롭게 되지 않아 딸을 골프선수로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주변의 친구들도 십시일반으로 후원하고, 군산CC에서 필드훈련을 하는데 도움도 주었으며, 골프지도는 아버지 문창초등학교 동창 친구 최일성 프로가 샷을 다듬어주었다고 한다.
최 프로를 만났을 당시 전인지 선수는 군산CC의 그 넓은 페어웨이에서 공이 이쪽저쪽으로 마음대로 갔는데, 이를 잡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국가대표가 되면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고 다음해 2012년 KLPGA에 입회한 뒤 바로 2013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우승으로 전인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주면서 모처럼만에 고향의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런데 전국 단위 행사에서 군산출신의 한 인사가 전인지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군산출신이죠.”라고 말했다가 “저에게 군산얘기 하지마세요”라고 쌀쌀맞게 말해서 굉장히 당황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후원도 생각했었는데, 군산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해서 왜 그런지 지금까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허종진 / 2018.10.18 19: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