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미공군기지 골프장은 파5 롱홀이 없는 9홀의 미니골프장이지만 이곳을 출입하는 것이 한 때는 지역에서 특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기도 있었다.
군산에서 손을 꼽던 몇 명 안 되는 초창기 골퍼들은 골프를 통해 군산에 주둔하는 미공군들과 우호 증진 및 친선도모를 목적으로 1970년대 초에 10여명이 주축이 되어 한미친선골프협회를 구성해 미공군기지를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골프코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회원으로 입회하기 위해 온갖 줄을 댈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회원이 한 때 150여명까지 늘어나 자신의 차량 앞에 붙이고 다니던 미군기지 출입증이 마치 지역 유지의 상징과도 같았다.
회원 일부는 매일 골프장으로 출근하여 골프장을 점령하다시피 하다 보니 정작 골프장 주인인 군인 및 부대 내 직원들 이용하는데 불편이 크다는 불만이 커져 나중에는 일정 쿠폰제로 이용횟수를 제한하게 됐다고 한다.
미공군기지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원래는 ‘축구를 하다, 야구를 하다’처럼 ‘골프를 하다’라고 해야지만 ‘골프를 치다’로 많이 사용함에 따라 그렇게 표현하기로 함) 에스코트(안내)를 받아 부대 내에 들어가면 에스코트한 사람은 규정상 동반하도록 되어 있어 번거로운 일이었으나 골퍼들에게는 재미가 있는 골프를 치는 일이니까 다소 미안해도 그냥 부탁해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또 일반인으로서 미공군기지 출입 및 에스코트 자격이 있는 사람은 한미친선협의회, 소위 VIP패스라고 하는 출입증을 가진 인사들인데, 이 협의회에는 지역의 기관장과 산업단지의 대기업 공장장 및 일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50~60명이다.
한미친선협의회는 지역 커뮤니티와 유대강화를 중요시하는 미공군 측에서 지역 대표 인사들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군산시와 함께 구성한 단체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실세들이 회원들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군산 시내에는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도 흔하지 않고 피자와 햄버거 가게가 거의 없던 시절에는 미공군기지에서 골프를 치고 난 뒤 장교식당(롤링클럽)이나 골프코스 클럽하우스에 딸린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등 양식을 먹고 난 뒤 부대 내 스낵코너에서 피자와 햄버거, 초콜릿을 몽땅 사들고 나오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한미친선골프협회 회원은 자연감소 되는 대로 나두고 추가로 증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골프장도 도내에도 30여 군데 가까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인기도 떨어졌다. 미군기지 내 골프장은 이제 한산해서 오히려 좋다고 최근에 출입해본 사람들은 전했다. /허종진 기자
허종진 / 2018.07.26 16:4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