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를 가든 아마추어 가운데 나름 자칭 타칭으로 고수의 반열에 오른 골퍼들이 있다.
2000년대 방송과 신문에서 대문짝만하게 나온 ‘국내 최대 억대 내기골프의 주인공’이 바로 군산미공군기지 앞 동네에 사시던 김○○이라는 분이다.
일화를 소개하면 한 번은 한국 골프의 전설로 통하는 최상호 프로와 동반하여 골프를 했는데 얼마나 잘 쳤던지 스타일이 확 구긴 최 프로가 후반에 들어서 “형님! 제 체면을 봐서 저쪽 숲으로 한 번만 쳐주세요.” 사정사정해서 일부러 OB(아웃어브바운즈)를 내주기도 했다는 분이다.
이 분한테 내기골프를 배운 수제자들이 판을 키워 싸움닭처럼 내기를 하고 다닌 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2005년에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는 “억대의 내기골프도 본인의 정당한 기량으로 겨루면 도박이 아니고 게임이다” “도박은 화투, 카드, 카지노 등과 같이 승패가 우연에 좌우돼야 ‘도박’이라는 판결이었다.
물론 2심과 대법원에서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 등 도덕적인 이유와 다소라도 우연성에 영향이 있으면 도박죄가 성립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도박죄 처벌은 정당하다”고 결론이 났다. 이와 관련된 석·박사 연구논문도 있으니 골프 내기에 대한 시각이 다양한 것 같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크고 작든 내기를 해야 긴장감도 생기고, 신중해지는 만큼 실력도 향상되고 운동의 재미가 더해진다고 하니 아마추어들의 내기골프 근절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돈을 잃고 속이 쓰리지 않으려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연습장도 가끔 가서 갈고 닦고 조여야 실력이 녹슬지 않고 감도 유지된다.
내기를 할 때는 일반적으로 핸디캡에 해당되는 금액을 미리 주고 1타당 정한 금액을 주는 ‘스트로크’, 홀마다 가장 적은 타수를 친 사람이 홀상금을 갖는 ‘스킨스’, 1등과 4등, 2등과 3등으로 짝을 지어 2인1조 방식으로 하는 ‘라스베가스’ 등 다양한 게임이 있다. 어쨌든 아마추어들의 내기골프는 친선게임인 만큼 딴 사람이 식사비도 내고 캐디피도 내고 한다.
필자 경험으로는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보기플레이(90타) 전후만 하면 내기를 해도 크게 돈을 잃거나 따지 않았다. 중간에서 배달만 잘 하면 되니까.
자고로 지갑이 빵빵하지 않으면 어깨도 처지고 왠지 자신 있는 샷도 나오지 않고, 배판에 배판이 걸려 한 타에 상당한 돈이 걸렸을 때는 알콜중독자처럼 손도 떨리고.
어쨌든 춤방에 가면 춤 잘 추는 사람이 최고이고, 골프장에서는 골프 잘 치는 사람이 제일 멋지지 않은가./허종진 기자
허종진 / 2018.07.18 11:3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