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에는 불경기가 없다고 하는 말은 다분히 역설적인 데가 없지 않다. 착각의 경기가 좋아서 호황을 이루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기가 어렵다. 그 만큼 착각 속에 사람도 많고 또 그로 인한 부작용이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착각이 심하면 자기 인생을 그르치는 수가 있다. 또 때에 따라서는 남과 사회와 나라까지도 망쳐놓는 수가 없지 않다. 그러한 예는 우리 주위에서 또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듯이 그것은 누구나 또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일을 그르치고 탈을 내는 것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착각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내가 제일 이라고 생각한다든가. 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남들이 모두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착각들에 빠지게 되면 그는 구제불능이다. 이런 사람은 부처님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든지 이러한 착각에 빠지게 되면 거기에서 헤어나지를 못할 뿐만 아니라 남의 말을 듣거나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는 등 누구의 추종도 불허하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은 아만我慢이다.’ 거기에는 남을 천대하고 남을 무시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반감을 갖게 되고 따라서 그를 따르는 사람이 없게 되어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게 된다.
‘다음은 내 말만 옳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은 아집我執이다.’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이 하는 말은 당연히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남의 말을 그르다고 생각하듯이 남들 역시 그의 말을 옳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끝으로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상我相이 따른다.’ 이런 사람은 자기가 어딘가 다른 사람보다 훌륭하거나 위대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수가 많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위대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수가 많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 우쭐해하고 목에 힘주어 남의 위에 군림하려 한다. 바로 여기에서 불만 불평과 분열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착각현상은 흔히 선거철이면 더욱 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오는 3.9대통령 선거와 6.1의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이미 이런 착각들이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출마자들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은 자기가 제일이라서 자기가 아니면 나라고 정치고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 자기 말만 옳고 다른 사람 말은 모두 거짓이며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당선은 틀림없다고 믿는다. 이쯤 되면 아만과 아집 아상이 보통의 선을 넘어선 것이다.
“교만진중장반야憍慢塵中藏般若 아인산상장무명我人山上長無明 교만의 티끌 속에 참 지혜는 묻히고, 아상과 인상의 높은 산에 어리석음만 자란다.”
아만과 아집과 아상은 불교에서 가장 배타하는 무서운 사회악이라 한다. 그것은 성숙해지고 성불成佛의 원천이 되고 조건이 되는 이타利他 즉 상대방을 이롭게 하는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착각이 자기 자신도 망치고 남까지 그르치게 만든다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생각이 온전한 사람은 밝고 바른 세상을 살 수 있으나 생각이 온전치 못한 사람은 삿된 길에서 영원히 헤매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의 생각도 마음도 새로워야 한다. 착각과 삿된 견해를 버리고 정견正見과 정도正道로써 바른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착각의 경기가 호황을 누리는 그런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송월 스님 / 2022.02.28 17: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