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성흥사 시민선방 회주 송월스님
이제는 조락(凋落)의 계절이다. 맑은 이슬로 시작했던 아침에 어느덧 하얀 서리가 조금씩 보이는 11월이다.
늦가을이 지나 쌀쌀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겨울도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비록 차가움으로 시들어가는 계절이 시작되었지만 인간의 마음만은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다툼과 시비가 일어남이 없이 평화롭고 따뜻한 무쟁삼매(無諍三昧)의 봄이 이미 와 있으면 좋겠다.
제행(諸行)은 무상(無常)이라 했던가. 엊그제까지 그렇게 곱던 단풍들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그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을 보게 되면 누구나 문득 인생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달 11월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 사색하는 계절 모두가 나를 깨닫는 길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금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이번 평화상은 독재에 맞선 노고를 인정받아 러시아의 언론인인 드미트리 무라트프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가 함께 수상했다.
이들은 언론인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언론이 이 상을 받은 건 86년 만이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한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2000년 노벨평화상은 단군 이래 처음이다.
인류가 존재하면서 독재는 존재해 왔다. 이 상(償)을 수상한 사람들은 약자들을 위하여 강자들 앞에 항거한 용감한 이들이다.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훌륭한 공로를 세웠다.
우리 인간은 이렇게 한쪽에서는 인류의 평화를 행복을 위해 온갖 노력과 희생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부질없는 전쟁과 다툼을 일으켜 인간을 불안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간은 이처럼 이상한 현실을 공유하는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불행을 맞게 되는 것은 언제나 이상과 현실, 어느 한쪽에만 고집하는데서 비롯된다.
자신의 이득에 혈안(血眼)이 되어 헐뜯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부끄러워하는 자신들의 양심을 한번쯤 들여다보면 좋겠다. 이 세상은 부귀영화를 비롯하여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깨달아야 한다.
욕심으로 집착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인연에 의해 생겼다가 인연에 의하여 ‘가을 낙엽 지 듯’ 사라진다. 저것이 있어서 이것도 있게 되고, 저것이 사라지면 이것도 함께 사라짐을 왜 들 모를까.
횡성은 성주괴공(成住壞空)하고 기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순환을 한다, 생명체는 낳고 늙고 병들고 죽는가 하면 의식 또한 생주이멸(生住異滅)한다.
집착하고 고집하는 두 양극을 버려라. 양극을 버리고 중도(中道)를 취할 때 모든 분쟁과 다툼은 사라져 안정과 평화를 가져 온다.
아함경에 이르기를 “거문고의 줄을 늦추면 소리가 아름다울 수가 없다. 또 지나치게 조이면 줄이 끊어진다. 수행도 이와 같다. 게으르면 마음이 풀려 해이해 지고 지나치게 마음을 조여도 역시 그 긴장으로 수행에 지장을 가져온다. 마음과 몸을 항상 중도에 두어라.”
이 말씀은 우리 인간사 모든 것에 해당 되는 말씀이다. 우리는 매사에 이런 자세와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정치계는 지금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권을 놓고 후 보자 들과 정당 간에 심한 대립이다. 사회 곳곳이 모두 분쟁과 다툼뿐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서로의 양 극단인 아집을 버려야 한다.
송월 스님 / 2021.11.10 10: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