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孟母)의 삼천지교(三遷之敎) 이야기는 2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그 교육적인 생명력을 전혀 잃지 않고 있다. 그것은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란, 보고 듣는 대로 흉내를 내고 행한다는 점에서 그 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필자는 교도소와 소년원에 드나들며 그들의 새로운 삶을 위하여 몇 성상(星霜) 지내 온지 모른다. 어린 수형자 된 그들을 만나고자 경기도 의왕시 소년원까지 찾아 다녔다.
어린 그들은 한 순간 호기심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범죄가 많았다. 주 원인은 가정이나 주변 환경에서 어른들의 하는 짓을 보고 익힌 습관들이다.
이와 같이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본뜨거나 흉내를 내려고 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모방심리라 하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방심리는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에게도 있다.
어른들의 모방심리가 유행이란 걸 낳기도 하고 전통과 관습까지도 형성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방이란 게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해서는 안 될 것까지를 모방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해서는 안 될 부정이라던가 성희롱이라든가 심지어는 살상(殺傷) 패륜(悖倫) 같은 일도 서슴치 않고 모방하고 있는 소위 모방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에 심각한 사회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도, 그것이 불과 오 육십년 밖에 되지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부모에게 불효를 한다던가 불륜을 저지르게 되면 그 고장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멍석말이를 해서 망신을 주며 멀리 내 쫓는 풍습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는 다 하더라도 멸시와 지탄 때문에 견디어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본인 자신도 염치와 부끄러움 때문에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스스로 그 지역을 떠나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도덕성의 불감증 탓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염치도 없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인간으로서는 그런 짓을 할 수가 없고 또 어쩌다 그런 짓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런 짓을 저지르고서는 도저히 남 앞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은데도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큰 소리는 다 치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불륜이나 패륜 살상 같은 사건들이 날이 갈수록 번져가고 있고 또 그 정도도 더욱 끔찍해져 갈 뿐 아니라 잔학무도한 이러한 사건들이 남남이 아닌 부모자식과 같은 혈육 사이에서도 주저 없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정말 이제는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 사회는 무조건 인권 보호와 현행의 헌법이 단호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이러한 범죄현상을 보면 대개는 모방범죄가 적지 않다.
특히 엽기적인 살인사범들은 거의가 타 모방에서 저질러지고 있다. 그것은 그 범인들이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 모방심리가 많은 청소년층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모방성의 범죄가 만연하게 된다는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신문 잡지나 TV에 보도된 사건들을 보고 들어서 호기심으로 그 흉내를 내는 범죄들이 너무 가득하다. 사회적 여건과 환경 탓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선행과 계몽하는 장면을 간절히 소망해본다.
송월 스님 / 2021.09.14 15: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