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은 음력으로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절마다 연등(燃燈)을 한다. 이날의 연등은 우리가 생일 케익에 밝히는 촛불처럼 단순한 축등(祝燈)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와 신과 인간의 마음을 밝히는 지혜와 자비의 등불인 것이다.
열반경에 이런 글이 있다. 너희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자등명은 자기 스스로를 밝히는 등불로써 자신의 본래의 참 마음이 어두워진 것을 밝히는 것이다.
법등명은 진리를 밝히는 불빛으로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다.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가서 밝히는 연등에는 두 가지의 불빛이 함께 비추 워 지는 것이다.
또 이러한 구절도 나온다. “너희는 ‘자귀의 법귀의(自歸依 法歸依)’ 자기 자신과 진리를 스승으로 삼아라.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이 역시 자등명 법등명의 가르침과 맥락을 같이 하는 교훈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이 본래 순수하고 또 청정하다. 이러한 마음을 불교에서는 불성(佛性)이라고 한다. 그런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먼지가 앉고 때가 끼어 어둡고 캄캄하고 더럽게 되었다. 그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야만 본래의 순수성이 다시 발로된다.
때를 벗겨내어야만 캄캄한 마음이 밝아진다. 그 먼지와 때를 벗겨내는 데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비가 있어야 한다. 부처님은 지혜와 자비의 광명으로 이 세상에 오신 분이다. 그 광명으로 세상과 인간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시기를 위하여 4월 초파일에 우리에게 오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밝아지면 그 인간이 사는 세상도 또한 환하게 밝아지기 마련이다. 내 마음이 어둡고 답답한 채로는 아무리 해가 밝아도 세상이 밝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마음이 어두워지면 인간이 걸어야 할 바른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자아가 상실되어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하게 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또한 그로 말미암아 공동체 생활이 붕괴되어 세상 질서까지 혼란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삶의 질과 도덕성 문제가 새삼스럽게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진실된 인간, 참된 삶을 살자는 구호가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곧 불성(佛性)인 생명 회복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물질만능과 금전우선의 잘못된 사고로 말미암아 타락된 인간성과 실추된 인간의 존엄을 다시 찾자는 외침이다.
‘마음은 절대자요 창조주요 참 주인이라 하였다.’ 마음이 바로 서야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가게 되고 세상일이 바로 잡힌다고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운동이고 외침이다.
연등을 밝히고 기원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운동과 염원을 성취키 위한 기도의 표현이다. 여기에는 진실로 우러나는 자각(自覺)과 자성(自省)이다. 찌든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아만과 아집-아상의 때를 스스로 닦아내는 일이며, 사회를 한 몸을 바쳐 이웃을 위하여 봉사도 하며 살겠다는 각오와 실천이다.
작지만 우리가 밝힌 연등이 지혜와 자비로서 밝은 광명이 되어 상실된 자신과 환경과 공동체가 회복이 되어 세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송월 스님 / 2021.05.20 12:5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