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에 이런 말이 있다. 유마거사에게 병문안을 간 문수보살이 말을 한다. “거사여, 병은 좀 참아 견딜 수 있으며 치료에 차도는 있습니까? 병은 무엇으로 인해 생겼으며 얼마나 오래 됐습니까? 또한 이 병은 언제나 낫겠습니까?”
유마거사가 대답했다. “어리석음을 쫓아 애착(愛着)이 있어 내 병이 났으니 일체 중생에게 병이 있으면 나도 병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체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내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병이 어디서 일어났느냐 하면 보살의 병은 대비(大悲)라는 큰 사랑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문수보살과 유마거사와의 이러한 대화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남의 고통을 내 몸처럼 한다는 동체대비의 보살정신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한때 부처님께서 병고로 쇠약해져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더러워진 비구를 손수 찾아가 구석구석 씻어주신다. 미음을 끊여 입안에 흘려주시며 따뜻한 위로를 하시고, 제자들에게는 “온갖 병자를 보았을 때는 언제나 이를 공양(供養)하되 부처님을 대하듯 해야 된다. 여덟 복전(福田)중에서 간병(看病)의 복전이 으뜸이니 부모. 스승. 제자. 이웃의 고뇌와 질병과 불구 갖가지 병고를 다 보양(保養)해서 낫게 하라”고 당부하신다.
불자라면 누구나 거부해서는 안 되는 방생(放生)이 있다. “가엾은 중생을 다 구하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종교 신앙과 동서양의 각종 사상과 다문화가 난무하고 있지만 국민의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그 힘이 여전히 미흡하다.
게다가 개인과 개인사이 에는 이기적 사고가 팽배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유마거사의 대비사상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따라서 오늘 날 종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먼저 온 국민의 고뇌를 신앙적인 차원의 아픔으로 받아드리려는 마음가짐과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기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각계의 계층과 집단, 개인과 집단이 어우려져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거대한 목소리를 크게 앞세우고 있다. 일례로, 코로라19의 덕분이라 할까 좀 줄기는 하였지만 사회 곳곳에 단체들의 과격한 집단 시위들이다.
그들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칫하면 안정의 궤도에서 이탈해 혼란을 야기할 조짐들이 아닌가 해 참으로 걱정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인과경’ 맨 끄트머리 법문에 이런 말씀이 있다. “전생 일을 묻는가. 금생에 받고 있는 이 모습이 그것이다. 내생 일을 묻는가. 금생에 하고 있는 모습이 그것이다” 스스로 물어보자.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송월 스님 / 2021.03.25 1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