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봄맞이 입춘이 지났다. 강물이 유유히 인간의 삶도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인연 따라 흘러간다. 우리가 잠시 살다가는 이승의 삶은 하나의 티끌에 불과하고 영원의 길목에서 보면 순간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티끌 같은 삶일지라도 어느 것 하나 혼자서 그렇게 되는 법은 없다는 사실인 만큼 우리는 늘 인연에 감사해야 한다.
길가에 핀 한 송이의 풀꽃, 허공을 나는 작은 들새 한 마리라도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이 교직(交織)된 인연의 조화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라 무조건 미워해서는 아니 된다. 이 덕분에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겸손하게 돌아다보게 하였다.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라 천만고 영웅호걸 북망산 저승길이요. 부귀문장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 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 속에 등불이라. 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단(英斷)하고 불생불멸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에 들어가 보자.
사람되어 못 닦으면 다시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안고서고 보고 듣고 옷 입고 밥 먹고 사람만나 대화하는 일체 처 일체 시에 소소영영(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래 공하여 천진면목 나의부처 보고 듣고 앉고 서고, 잠도 자고 일도하고 눈 한번 깜짝 할 제 천리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른데 물 찾듯이 칠팔십 늙은 과부 외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생각 간절하듯 생각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하여 가되 한 생각 만년 되게 하여 폐침망찬(廢寢忘饌)할 지경에 지옥 천당 본래 없고 생사윤회 본래 없음을 안다 하였으니, 세상만사 망각하고 인연 쫓아 자유로운 영혼 빈 배같이 떠 놀면서 인연 있는 중생 보살피면 이것이 보불은덕(報佛恩德)이 아닌가?
이 마음을 태산같이 써가세. 빈병걸인(貧病乞人) 괄시하며 허튼소리 우시게로 이날저날 다 보내고 늙을 줄을 망각하니 무슨 하여볼까?
죽음 앞에 후회한들 무엇 하리. 죽어가는 고통 사지백절(四肢百節) 오려내고 머릿골을 쪼개는 듯 오장육부 타는 중에 앞길이 캄캄하니 한심하고 참혹한 내 노릇이 이러할 줄을 뉘가 알꼬.
저 지옥과 저 축생의 모습은 나의 신세 참혹하다. 수행 잘하던 저 보살들은 서서 죽고 앉아죽고 앓도 않고 선세(善世)하며 오래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니, 신통묘용 임의쾌락(任意快樂) 행복이라 아무쪼록 이 세상에 눈 귀 쥐어뜯고 부지런히 마음공부 하여 보세, 오늘 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에 당도하니 포주 간에 가는 소가 자욱자욱 죽음의 땅이로세.
지각없는 저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 제 죽을 줄 모르도다. 내 마음 나 자신이 닦지 못하면 소분복덕(小分福德) 도무지 하사일세. 오호라 한심하다 이 글 자세히 보아 부지런히 마음공부 해봅시다.
송월 스님
군산 성흥사 회주
송월 스님 / 2021.02.09 09:5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