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은 쌀로 밥을 짓지마는 어리석은 사람은 모래를 삶아 밥을 짓는다.”
원효스님이 발심수행 장에서 가르친 말씀이다. 모래를 가지고 밥을 지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한 평생 밥을 지었지만 같은 쌀을 가지고도 단 밥 설익은 밥처럼 먹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 많은 현실인데 말이다.
그러나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원효스님의 말씀이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뜻이 깊고 또한 어리석은 자를 일깨워주는 무서운 말씀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이 사회는 쌀이 아니라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자신의 위치와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분수를 알지 못한다. 그 처지와 분수 외의 짓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릴 때 부터 교육에 목숨을 바치고 있다. 그 어린아이들이 무엇보다도 남보다도 먼저 성숙하여 잘 자라서 자신의 본성을 깨우쳐 알아서 참되고 바르고, 세상을 위한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살라는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배움의 목적을 이룬 그들은 그 힘과 노력으로 남과 이웃과 사회를 위하고 나아가 국가와 인류를 위해 무엇인가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고자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하여 한 평생을 교양과 지식을 익혀온 사람들의 행동이며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자세인 것이다.
나의 조그만 한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그 숭고한 가르침들을 헛되게 하여 인생을 헐값으로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남의 등을 치고 헐뜯는 사람, 단체와 사회의 화합을 깨뜨리고 분열을 일삼는 사람, 악법을 정법인 것처럼 선동하여 복종을 강요하는 사람 등 이런 사람들이 바로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런 일에는 자신의 인격에, 도덕이나 이웃을 위하는 일에 이로움이 없이 자신의 노력과 공덕을 덜어 갈 뿐이다. 오히려 그러한 악행이 깊어질수록 그의 조상들은 치욕적인 수모를 당하게 될 것이다.
모래를 가지고 밥을 짓는 사람은 이 외에도 많다. 공무원이 공무에는 게을리 하며 부정만을 저지르는 사람, 교육자가 교육은 뒷전으로 미루고 돈 벌이에 눈이 어두운 사람, 노동자의 이익과 인격을 무시하고 자신의 부와 명예만을 쫓는 사용자,
당리당략만을 일삼는 국민의 손에 뽑힌 정치가 등등의 사람들은 쌀이 아니라 모래로 밥을 지으려는 어리석은 자들이다.
선은 쌀이고 악은 모래와 같다. 자신이 짓는 선악의 과보는 반드시 쌀밥처럼 모래 밥처럼 남는 것이다.
선은 삶과 사회를 살찌게 하고, 악은 사람과 사회를 메마른 불안으로 얼룩지게 하는 것을 왜 모르고 살아갈까!
송월 스님 / 2020.11.27 09:4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