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또 한 해가 기울어가는 늦가을이다. 젊음을 자랑하던 나뭇잎도 어느덧 한 닢 한 닢 시들어 지고 있다.
역시 세월처럼 빠른 게 없다. 무정한 것도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흐르는 물 같다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날아가는 화살 같다고 하였던가.
그러나 세월이란 흐르는 물과도 다르고, 쏘아놓은 화살과도 같지 않다. 그보다 더 빠르고 또 변함도 없다.
흐르는 물은 막으면 잠깐 동안 이라도 멈추다가 흐른다. 쏘아놓은 화살도 그 끝이 있고 또 그 빠름의 속도가 처음과 나중이 다르다.
세월은 그렇게 잠시라도 머물러 있거나 또는 빠르다가 느릴 줄도 모른다. 그저 흐르고 흐르는 게 세월이다.
세월은 그냥 흘러가는 것만도 아니다. 사람을 늙게 하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이 세월 앞에 그 누구도 늙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 앞에서는 권력도 소용없고 지체도 소용이 없다. 혹여 촌지나 뇌물은 통할까! 스님들의 글을 보면 세월은 또 사람을 재촉하기도 한다.
옥토승침최로상(玉兎昇沈催老像) 금오출몰촉년광(金烏出沒促年光) 구명구리여조로(求名求利如朝露) 혹고혹영사석연(或苦或榮似夕烟)
“옥토끼 오르내려 늙음을 재촉하고 금 까마귀 들락날락 세월이가네 명예와 재물은 아침 이슬이고 괴로움과 영화는 저녁연기로다”
이렇듯 재촉에 밀려 인생을 엄벙덤벙 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은 끝나고 무대를 내려서게 된다. 우리는 그때서야 아쉬워하고 가슴 아픈 후회를 해보지만 그것도 부질없을 것이다.
한번 지나간 세월은 아무리 발버둥 쳐보지만 되돌려 올 수 없는 세월이다. 이 많은 세월동안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성장하면서 우리는 아픔을 경험한다.
절망하면서 아픔을, 발전하면서 아픔을, 성공 전에는 모두가 고뇌의 아픔이 성장으로 동반하였다. 성공 뒤에도 고뇌의 아픔은 연속이다. 아픔은 언제나 우리와 같이 동반한다.
젊어서 몸과 마음이 아프면 음식이나 약으로 운동으로 치료하면 낳는다. 그러나 늙음의 아픔은 음식이나 약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놓는데서”치유가 된다.
늙어서 아픔은 당연한 것이고 그 아픔을 놓고 집착을 놓고, 늙음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픔을 친구로 할 때 마음은 더욱 고요 해진다.
나그네의 길은 해가 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방하착(方下着), 집착을 놓아라. 방하착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성숙시키는 가속기다.
송월 스님 / 2020.10.22 14:4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