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이 안경이라서 그런지, 우리 사회는 지금 말할 수 없이 많은 병폐들이 만연되어 보인다.
그것들로 인하여 또 많은 사람들이 극도로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은 희망이 없고 세상 살맛이 안난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늘의 사회적 병폐, 즉 범죄라든가 여러 형태의 폭력, 무질서, 낭비풍조 등은 어느 특정의 계층이나 부류만이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사회 구성원인 각자의 사고의식, 그리고 행동들이 총체적으로 빚어낸 현상들이다.
오늘의 사회병폐가 우리로 하여금 살맛까지를 잃게 할 정도로 심각하게 된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배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과소비 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하자면 돈과 물질에 밀려 사람값이 아주 폭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사고 적 제1 순위는 금전이다. 두 번째 순위는 물질이고 세 번째는 돈 쓰고 값비싼 소유물을 구태여 남에게 잘 보이려는 과시욕이다. 그러나 그 뒤에도 몇 순위를 지나서야 사람의 인격 차례가 된다.
우리 사회는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기준이 전도 된 지 오래이다. 지난 일이지만 수년전 지상에 발표된 한 노동연구원의 보고서가 생각이 난다. 그것은 또 다른 충격을 우리에게 안겨다 준 일이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근로자의 80%라든가, 하여튼 많은 근로자들이 일할 맛이 안난다고 하였다.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끼지도 못하고, 또 천직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 보고서에서는 그 원인을 또 이렇게 분석하였다. 땀 흘려 일을 해 보았자 생활이 나아지리라는 전망도 없고 월급은 쥐꼬리만큼씩 오르는데, 물가와 주택 값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항상 저만큼 앞질러가, 가난과 고생을 면할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일할 맛도, 살맛도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무위도식과 투기현상도 그들을 일에 대한 일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고 직업에 대한 긍지를 갖지 못하게 하는 원인을 만들고 있다.
부동산 투기만 잘하면 앉은 자리에서 일확천금을 할 수 있어 아파트 청약 창구에 사람이 벌집을 이루고, 근로자가 10년을 벌어도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사치품으로 활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 한 채, 아무리 성실과 근검절약을 외쳐보았자 그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아직 젊다. 따라서 아직 젊은 나이에 그처럼 일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는 데는 우리 모두가 실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 빨리 그들에게 일할 의욕을 갖도록 해주고 세상 살맛을 되찾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람에게 무엇보다 세상 살맛이 나야한다.
사람들에게 세상 살맛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람값부터 먼저 회복 시켜야 한다. 인간 마음은 인간의 바탕이다.
송월 스님 / 2020.07.09 14:5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