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첫 장에 보면 우주는 집우(宇), 집주(宙)라 했다.
한마디로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집 가운데 가장 큰 집이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우주적인 존재인데 우리 인생은 집 관리에 불과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여러 채의 집이 있다.
첫째 자기 몸이라는 몸집이 있고, 둘째 잠자는 가정집, 셋째 매일 출근 하는 직장, 넷째 절에 가면 절집, 교회가면 교회라는 집, 다섯째 우리가 죽으면 간다고 하는 천당과 지옥의 집이다. 이렇듯 모든 존재가 그 나름대로 자기 집을 만들어 가며 살고 있는데 그 많은 집 가운데 우주가 제일 큰 집이다. 기둥도 지붕도 없는 거대한 집은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나의 집이다.
아므튼 사람들은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저 집에서 이 집으로 돌고 돌며 윤회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내 몸 잠재우는 가정집 하나 남보다 부족하여 낙심(落心)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결국 인간은 일평생 남의 집을 관리해주며 먹고 사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령 국가 공무원들은 나라라는 집을 관리 해주며 먹고 살고, 병원의 의사들은 고장 난 사람들의 몸이라는 집을 관리해주고 돈까지 번다. 그런데 집이라는 데는 많은 문이 있고 집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 몸에도 여섯의 문이 있다. 제일 높은 문은 눈이다. 마음의 창문인 눈이 하루 종일 눈꺼풀을 올리고 휴대폰, 컴퓨터, 텔레비전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집의 주인의 정신은 혼비백산하여, 온 종일 귀도 눈도 정신이 어지럽다. 그 뿐인가. 하루 종일 입을 벌리고 남의 말 하다가 기(氣)가 빠져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 몸이라는 집의 가장 소중한 눈과 귀와 입의 문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집은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송월 스님 / 2020.02.21 09: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