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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진의 진심칼럼) 교회의 깃발

    남대진

    • 2022.07.26 16:51:18

    (남대진의 진심칼럼) 교회의 깃발

    남대진(수필가, 시민·사회·환경운동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참으로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다들 죽겠다고,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귀에 담아 듣는 이도 없고, 책임지겠다는 정치인도 고위 공직자도 보이지 않는다. 국격은 나날이 추락하고, 국민은 희망을 잃고, 열방은 우리의 목을 조여온다.

    그러나 오늘 정치 문제에 대해서 논하고자 함은 아니다. 이렇게 모두가 힘들고 어려울 때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이스라엘이 바빌론의 70년 포로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고국 땅으로 귀환할 수 있게 되었다.

    고향을 떠날 때의 어린이는 70대 노인이 되었고, 포로로 잡혀갈 때의 상황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귀환을 위해서 먼저 도착한 선발대가 있었다. 성경에서는 그들을 파수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할 일을 줬다.

    나아가거라, 성 바깥으로 나아가거라. 백성이 돌아올 길을 만들어라. 큰길을 닦고 돌들을 없애어라. 뭇 민족이 보도록 깃발을 올려라”(이사야서 6210/새번역)

    이들이 우선 해야 할 일은 성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는 이들을 위한 큰길을 만드는 것이다. 70년 동안이나 사람의 왕래가 끊긴 길은 그 흔적조차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큰길을 내기 위해서는 장애물인 큰 돌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 할 일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깃발을 올리는 것이었다.

    기독교는 세상을 위해서 존재하는 종교다. 종교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거나 무슨 도를 닦는 것이 아니다.

    예수가 새벽이나 늦은 밤까지 홀로서 기도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가 언제 아버지의 목공소가 잘 되어서 부자가 되기를 기도했던가?

    그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자들을 위한 삶을 살았고, 그것의 결론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었다.

    기독교인은 그런 예수의 삶을 뒤따르는 제자들이다.

    바빌론에서 포로의 삶을 마치고 희망에 부풀어 고향으로 출발은 하였으나, 그 길은 고난의 길이었고, 고향에서 기다리는 것은 무너져 흔적만 남은 성벽이었고, 그들의 생명과도 같은 성전 역시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큰 돌을 치우고 큰길을 내고, 목적지를 알리는 깃발을 높이 세워야 했다.

    위기의 대한민국, 길은 사라지고, 장애물은 높고,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교회는 이제, 저들을 위해서 미리 준비해 세운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 먼저 도착해서 혼자만 만세 부르고 잘 먹고, 잘 살고 뒤 따라 오는 이를 외면하면서 그 넓은 땅을 독차지할 것인가?

    한국의 교회여, 이제 일어나 교회 밖으로 나가라. 큰길을 닦고, 큰 돌을 치워라. 그리고 절망한 저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높은 희망의 깃발을 세워라. 안락한 양탄자에 누워서 하는 복 타령은 이제 그쳐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남대진 / 2022.07.26 16: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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