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대충 교회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 누가 봐도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는 아이는 아니다. 그리고 공부를 썩 잘하거나, 잘 해보려고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그 아이가 중요한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시험 보기 전에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역시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가 혼자 말한다.
‘내가 하나님이어도 네 기도는 안 들어주겠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노력도 하지 않고, 더구나 평소에 교회 가는 일도 귀찮아하던 사람, 그 어느 면으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하나님을 탓하고, 성적이 나쁜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여당과 야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들의 주장과 공약을 들어보면 가히 사람의 경지를 넘어선 듯하다.
스스로 한 점의 흠도 없는 사람이 있고, 모든 걸 자기만이 다 할 사람도 있고, 모든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지켜줄 사람도 있다. 자기만이 공명정대한 사람이 있고, 자기만이 온전한 개혁을 이룰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 몇이 돌아가며 대통령을 한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이런 후보들이 없어서 이 모양이 되었다는 말인가?
저들의 구호를 보면 국민이 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기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다. 모든 것을 대통령이 다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남대진
수필가
시민‧사회‧환경운동가
정치인이 늘 빠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곧 “국민과 함께, 더불어”이다.
“국민과 함께 제가 하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국민과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처럼 국민이 먼저 들어가야 함에도, 그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의 전능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감히 국민 따위가 따라오지 못할 자기만의 전능함…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공약을 성공시키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
“일은 내가 다할 테니 국민은 그저 나를 뽑아만 주면 된다.”라고 외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대통령이나 정치인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그 자체가,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사기극이다.
누구든, 당신 혼자서 하겠다고 외치지도 말고, 혼자 하겠다고 설치지도 말아라. 우리는 국민과 더불어, 함께 하는, 동행하는, 그런 정치인을 기다린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뒹굴뒹굴하며, 그런 나를 잘 살게 해 줄, 전능하신 신을 뽑는 것이 아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남대진 / 2021.09.29 10:3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