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피아노 덮개를 벗기는 순간.. 검은색 피아노는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멋있었고.. 순간 모두들 “우와!!!..”하고 감탄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피아노라는 악기를 그 때 처음 보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신기했는지 애들은 “우와!.. 저건 비싼 풍금 인갑다 그쟈?..” “아이다..저건 피아노다!.. ” “ 피아노가 먼데?..” “풍금보다 형님인거.. 그런거 있다..“ 라며 서로 아는 체를 해가며 떠들기 시작하며 웅성 웅성 대었다.
그 때 선생님은 ” 자아!.. 다들 조용..“ ” 이건 피아노 이다. 우리학교가 신설 학교라 모 기업체 회장님이 특별히 기증을 해 주신 거다..“ ”그러니 허락 없이 만져선 안 된다...알겠제이?...“ 라고 주의를 주셨다.
선생님이 앉아서 피아노를 둥~~ 하고 치시는데... 그랜드 피아노의 실제 생소리를 옆에서 듣는 느낌은 나의 심장을 둥둥 치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피아노의 생소리...그 때의 기분은 아직 까지 나의 머리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날이후 음악실 청소당번을 정할 때는 무조건 내가 우기고 자청을 했고 음악실 청소를 빨리 끝내 놓고 여러 악기를 조심스레 만져보고 조용히 소리를 내어보는 재미는 세상의 어떤 재밌는 장난감을 가져와도 아마 비교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악기를 직접 만지면서 나의 숨어있던 음악적 재능이 꿈틀 거렸고 학교 가는 재미가 새로 생겼다.
하루는 방과 후 교실 청소를 끝내고 음악실 옆을 지나가는데 문이 열려 있기에 조용히 들어가서 피아노 커버를 열고 피아노 건반뚜껑을 열어 보니...열렸다!!!!!!......이게 왠일이야.. 수업을 끝내고 나가실 때 늘 잠그시던 피아노를 잠그는 것을 깜박 잊고 나가신 것 같았다.
조심스레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다.. 그저 그 음에 빠진 것 같았다. 집에 갈 시간도..선생님께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잊고 아는 멜로디를 그냥 본능적으로 치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면서 ..” 너.. 왜 피아노 만지고 있나!..얼른 나와!..“ 라고 크게 야단 치셨다. 난 순간 놀라서 피아노 뚜껑을 닫지고 않고 밖으로 도망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날의 피아노 소리에 매혹 되어 틈만 나면 청소일이 아닐 때도 음악실을 기웃 거리다 혹시 문이 열려 있으면 얼른 들어가서 피아노 뚜껑을 열려고 해 보면 항상 잠겨져 있었다..
망치로 부수어서라도 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요즘 같으면 학원에 가면 원 없이 만질 수 있는 악기지만 그때는 피아노학원이란 것도 없었고 친척집이나 내가 아는 그 어느 곳에도 피아노는 없었다..
아마 그때 그렇게 간절히 갖고 싶고 치길 원했었기에.. 지금까지 피아노는 나와 뗄 수 없는 인연이 되어 이렇게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끝)
이권희 / 2019.09.03 15:2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