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징검다리와 통기타(2)
어느 날 아래 마을에 형들이 동네로 원정을 왔다. 그 형들은 마을 입구 언덕에 앉아 우리 동네에는 없던 첨보는 악기로 반주를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하고 있었다.
환상적인 소리..두 눈이 번쩍 뜨이고 온 몸이 귀가 된 듯 나를 압도해 버렸다.
도대체 세상에 저런 악기가 있었나?.. 조심스레 악기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니 “야! 저리 안가!”하고 나를 향해 어떤 형이 호통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관심은 악기밖엔 없었다. 오로지 악기 소리만 들려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여러 음이 동시에 울리는 화음이 얼마나 짜릿하고 소름이 돋았는지 너무나 황홀 했다. 노는데 방해 된다고 형들이 나를 향해 큰소리로 뭐라 해도 내 눈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그 사람만 바라보며 멍하게 서 있었다.
아무리 말로 뭐라 해도 갈 기미를 안보이자 개긴다고 생각한 어떤 형이 본격적으로 본때를 보여 줄려고 손을 치켜 들었고 그때 마침 합류한 우리 마을 형이 “ 야, 임마 이놈이 우리마을에 이가수다. 야야!!,, 기냥 냅도라!,..야는 이 악기 소리 땜에 꽂혀서 그라는기다 아이가? 맞제?!”라고 얘길 해 주었고 나를 구경하게 내버려 두었다. 얼마나 그 형이 고마웠던지..
그날 목격한 그 악기는 통기타였다.
그날 난 기타라는 악기를 태어나 처음으로 구경하게 되었고 여러 음을 동시에 치는 화음의 구성음, 코드(Chord)의 울림이 그렇게 좋은지 처음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 기타소리가 귓전에 계속 윙윙 대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 맘속에 늘 기타소리를 잊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여름 방학이 되어서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작은집으로 놀러 가게 되었다.
근데... 이게 무슨 신의 도우심인가?!.. 사촌 형님 방 장롱위에 기타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몇 개인가 줄이 끊어져 있었지만 난 황금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환호성을 내지르며 와락 기타를 껴안았다.
연주는 고사하고 기타 소리조차도 내는 방법을 모르던 나는 그냥 땅에 눕혀서 가야금 연주 하듯이 하기 시작했고 그냥 소리를 내는 그자체가 너무나 좋았다.
하루 온종일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가면서도 아픈 줄도 모르고 기타에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고 작은집 바로 앞이 해수욕장인데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해수욕장은 안보였고 며칠간 기타만 실컷 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프로 뮤지션들 중에는 악기에 대한 지대한 호기심으로 독학으로 시작해서 전문가 까지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남들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본인이 재밌게 느껴진다면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 나도 음악이 너무너무 재미있었기에 지금까지 긴 세월을 해 올수 있었던 것 같다.(3화 끝)
*폴리(Poly)악기와 모노(mono)악기
악기는 단음을 연주하는 악기와 동시에 두음 이상을 연주 하는 악기가 있다.
동시에 두음이상을 연주하는 악기: 건반악기(피아노, 오르간, 하프시코드, 멜로디언)와 기타(Guitar), 하프(Harp), 아코디언, 하모니커 같은 악기를 폴리(Poly)악기라 한다.
단음만을 연주하는 악기: 관악기(금관, 목관)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 베이스)를 모노(mono) 악기라 한다.
*바이올린은 연주 기법에 의해 때로는 두음씩 연주하기도 한다.
이권희 / 2019.05.29 23: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