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
요즈음 벚꽃철에 접어들면서 우리고장 은파호수를 찾는 관광객과 지역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은파호수는 월명산과 더불어 군산의 대표적인 지역명소이며, 오랜 기간이 아니고 군산에서 단 1년만 살더라고 알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오래된 자연호수이고, 주변에 잘 정돈된 조깅코스가 있어서 더욱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군산시민이라면 이러한 은파호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호수의 물속에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거나, 실제로 이곳에 살고 있는 물고기에 대해 알고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은파에서 낚시에 걸리는 물고기를 보면 약 30여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는데, 과거에 주로 잡히던 잉어와 붕어보다는 대부분 배스가 잡히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던 우리의 토종 물고기들이 누군가 은파호수에 집어넣은 배스로 인해 자취를 감추었다.
1988년에 발간된 『전북의 자연』에 기록된 은파호수의 물고기는 한국 특산어종인 각시붕어와 치리를 비롯하여 모두 19종이나 된다. 지금은 거의 모든 종이 사라지고, 단지 돌 틈에서 서식하는 밀어와 민물검정망둑 등 배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망둑어과 어류만이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서 살고 있다.
배스를 비롯한 외래종 물고기는 어자원 증식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대부분 번식력이나 적응력이 뛰어난 어종들이다. 배스는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이며, 우리말로 ‘큰입우럭’이라고도 불린다.
1963년 미국에서 치어 500마리를 들여와 양식한 결과, 1980년까지 1만 9천여 마리를 생산하였고 그 대부분을 시험용으로 청평 조종천의 지류에 방류하였는데, 현재는 전국 대부분의 하천과 저수지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가 되었다. 이 밖에도 외국에서 도입되어 우리의 하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물고기는 블루길을 비롯하여 떡붕어, 이스라엘잉어(향어), 틸라피아, 챤넬메기, 초어, 무지개 송어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우리나라 재래어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대표적인 어종이 배스이다.
배스는 공격력이 강하여 우리 토종물고기들의 알과 치어를 모두 먹어 치움으로서 하천의 생태적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육식성 어류인 배스는 하천과 저수지에서 토종 물고기 외에도 민물새우를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민물새우는 하천의 유기물 잔재를 먹어치움으로서 하천과 호소의 수질을 정화시키는 분해자의 역할을 하는 생물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물새우를 배스가 잡아먹기 떄문에 유기물이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최윤
(전) 한국어류학회회장,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회장
현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생물공학과 교수
최윤 / 2019.04.16 15: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