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치와 물메기
꼼치과 어류는 세계적으로 195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물메기를 비롯하여 분홍꼼치(Careproctus rastrinus), 물미거지(Crystallias matsushimae), 아가씨물메기, 노랑물메기(L. chefuensis), 미거지, 보라물메기(L. megacephalus) 등 8종이 있다. 이 물고기들은 모두 피부와 근육이 부드러워 뚜렷한 몸의 형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길게 이어져 꼬리지느러미와 겹친다.
꼼치와 물메기는 같은 과에 속하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어종이다. 꼼치는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고, 어미의 최대 전장이 60 cm 정도인 반면, 물메기는 동해안에서 잡히고 어미의 최대 전장도 35 cm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은 가슴지느러미의 모양이다. 꼼치는 가슴지느러미의 가장자리가 둥글지만 물메기는 가슴지느러미의 하단이 오목하게 패어 있다. 또, 동해 중부 이북의 연근해에서 잡히는 꼼치과 어류 중에 미거지가 있다. 이 종 역시 서해안의 꼼치와 같이 어미의 최대 전장이 70 cm 정도로 대형 어종이지만, 동해안에 한정되어 분포하고 서해안에는 출현하지 않는다. 미거지의 가슴지느러미 형태도 물메기와 같이 가슴지느러미 아래쪽 가장자리가 오목하게 패어 있다.
꼼치과 어류 가운데 미거지가 물곰탕의 재료로 이용되는데, 배를 갈라 내장을 발라 낸 다음 말려서 탕으로 요리한다. 강원도 속초에서 물곰탕은 잘 알려진 겨울철 요리이다.
겨울철에 탕을 좋아하는 미식가들에게 물메기탕은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이다.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감기를 예방하여 겨울철 음식으로 제격이다. 살아 있을 때도 육질이 흐물거리듯 부드러워서 몸의 형태가 뚜렷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탕으로 해도 육질이 흩어져 씹히는 맛은 느낄 수 없다. 육질이 쉽게 풀어지기 때문에, 물고기 중에서 유일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하는 것이 꼼치과의 물고기이다. 뜨거운 국물과 함께 풀어져 입 안에서 녹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서해안의 경우에 물메기탕애 들어가는 재료는 물메기가 아닌 꼼치가 대부분이다. 물론 물메기도 꼼치과에 속하고 동해안을 중심으로 식용으로 이용되는데, 둘 다 신선한 고기의 내장을 발라 낸 다음 말려서 탕의 재료로 이용한다. 따라서 서해안에서 물메기라 하면 모두 곰치를 말하는 것이다.
(전) 한국어류학회회장,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회장
현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생물공학과 교수
채명룡 / 2018.12.19 18: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