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로보택시
“택시!”
어릴 적 택시에 대한 첫 기억은 엄마와 함께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던 장면이다. 특히 뜨거운 여름날 택시가 다니는 큰길까지 걸어 나가 뙤약볕 아래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택시를 기다리다 택시에 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택시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때로는 정말 택시가 안 잡혀서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더 이상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는다. 어플을 통해 원하는 장소로 택시를 부르고 화면 속 지도를 보며 마음속으로 재촉하곤 한다. 나는 이제 택시가 재시간에 오거나 빨리 온다고 해서 감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택시가 재시간에 오지 않으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택시에 대해 달라진 나의 태도와는 상반되게 택시 기사님들은 예전에 비해 많이 친절 해졌다. (물론 모든 택시 운전자가 친절하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 전 탔던 택시 기사님은 탑승했을 때부터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고 가는 중에 불편한 게 없는지 물어보며 한없이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기분 좋은 기사님의 목소리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택시에서 내리려는데 기사님은 “어플리케이션에 평점 좀 잘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시고 떠나셨다.
물론 나에게는 기사님의 친절의 의도를 파악하여 나의 잣대로 그 도덕성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 나는 기사님의 친절한 서비스와 젠틀한 운전에 만족했고 좋은 평점을 드렸다. 고객의 평가를 바탕으로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이젠 진정성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택시기사님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겠구나 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 한켠이 쓸쓸해졌다.
실제로 우리는 멀지 않은 미래에 택시기사님들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일부 도시에는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가 시험 주행 및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테슬라는 2024년도부터 핸들과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레벨 4 자율주행이 가능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2021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이미 공개한 바 있다.
어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부르게 되면서 택시 서비스의 질은 분명히 올라갔다. 아마 로보택시가 상용화되면 교통수단으로써 택시 서비스는 완벽에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친절이나 불친절과 같은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서비스의 성질은 사라질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해주는 이도 없어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완벽에 가까워지는 시스템은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겠지만 불완전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며 그 불완전함을 추억하는 나 같은 이도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청년 에세이스트 이현겸은 평소 차를 좋아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아 인터넷 플랫폼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이현겸 / 2023.03.29 1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