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사도행전 18:24-28
지성에서 영성으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의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다. 불과 30cm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지만 진짜 멀고 멀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각자 놀 때 많다.
머리는 이해하고 수긍이 가는데 가슴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김수환 추기경은 고백했다. “머리 속의 사랑이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칠십 년이 걸렸다.”
이어령 교수 트레이드 마크는 지성인이다. 한국 최고 지성인이다. 초대 문화부 장관, 논설위원, 평론가, 88 올림픽 개막식 주관, 160권 저서, 일생을 합리적 이성 뿌리에 삶의 근거를 두고 살아온 분이다.
무신론자, 이성주의자를 자처하던 그가 2007년 딸의 전도를 받고 70대 노장이 예수 믿고 세례받아 기독교인이 되었다. 쓴 책이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교수는 책에서 말한다. “사랑하는 딸아, 너의 기도가 높은 문지방을 넘게 했다. 암에 걸렸던 너의 아픔으로, 시력을 잃었던 너의 어둠으로, 나를 영성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이성은 머리, 영성은 가슴이다. 머리와 가슴은 함께 가야 건강하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야 정상이다. 반대로 머리가 뜨겁고 가슴이 차가우면 병에 걸린 것이다.
미국 유학 중에 귀한 경험을 했다. 포모나에 있는 클레어몬트 신학교는 이성적 분위기다. 상담학의 대가 클라인벨, 사해 사본 성경의 세계적 권위자 존 캅 교수 등을 통해 신학의 지적 욕구를 채웠다.
두 번째 학교가 파사데나에 있는 훌러 신학교다. 선교학이 강한 학교다. 선교사님들이 강의를 많이 했다. 현장과 뜨거움이 있다. 영성의 분위기다.
신학교 시절, 방학 때면 칠보산 기도원에 올라갔다. 소나무 몇 개는 뽑아야 목회에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밤새도록 소나무 붙잡고 씨름했다.
나무는 뽑히지 않고 손에 물집만 생겼다. 일주일, 열흘씩 금식 기도하고, 혼자 동굴 속에서 밤샘 기도를 했다. 성령 받고 은혜받아 가슴이 뜨거웠다. 눈물, 콧물, 기쁨과 감사가 터졌다.
예수에 관해 머리로 이해하고 아는 지성이 예수님을 믿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성 은혜로 성숙되는 것을 체험했다.
그렇다. 예수에 관해 아는 차원을 넘어 예수님을 믿어야 복이다.(끝)
차상영 성광교회 담임목사 / 2022.08.17 1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