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년만이라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 소식이 아니다. 군산에서 도지사가 나온지가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말이다. 참, 고개 들기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월드컵으로 들끓던 2002년. 전북권의 정치적 맹주로 자리잡으려는 정세균에 맞서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한 강현욱이 경선에 도전했다.
미세한 승부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누가 봐도 정세균의 압승이 예상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강현욱의 열세가 점점 바뀌어가는 게 느껴졌다.
경제를 바라보는 식견과 관선 도지사 시절의 원만한 행정력과 포용의 정치 등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결국 경선 당일 승부가 갈렸다. 35표 차이였다.
강현욱은 온 몸으로 하는 정치를 보여줬다. 지지자들 앞에서 바닥을 뒹굴며 “내가 이렇게 바닥을 기는 심정으로 정치를 하겠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민심이 따라왔다.
전북도지사 경선 결선 투표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 전에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실상 본선이나 마찬가지인 이번 결선에 임하는 김관영과 안호영 모두 전북을 위해 큰 일을 할 분들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시작되었으나 용호상박 임에는 틀림이 없다. 안호영도 선의의 경쟁을 하기 바란다. 경선은 상처가 남지 않아야 하기에 그렇다.
김관영은 지난 총선에서 아버님에 이어 엊그제 어머니마저 하늘도 보내드렸다. 선거에 나서느라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말하자면 불효자식인 셈이다. 시골에 집을 짓고 주말마다 내려오겠지만 이제 돌아갈 마음의 고향이 없어졌다.
국회의원인 안호영은 돌아갈 자리가 있지만 김관영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행보는 간절하다.
김관영이 도지사 도전 한달여만에 여론조사 2위 자리를 차지하더니 송하진이 컷오프되자 결국 1위로 올라섰다. 3인이 치른 1차 경선의 결과도 비슷했으리라고 본다. 이런 추세는 큰 변수가 없는 한 계속되리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군산의 정치권에도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시민들의 지지도가 달라졌다. 도내 언론기관들의 여론 조사에서 50%~60%를 왔다갔다 하더니 더욱 결집하는 모양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을 넘어 선 강현욱이 군산의 본 선거에서 무려 83%를 넘는 지지를 얻었다. 당을 따지지 않았다. 군산과 전북을 위해 일해달라는 기대였다. 이런 지지도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시·도의원과 시장 후보들 또한 서로 입조심하는 눈치이다. 오랜 시간을 건너 도지사에 도전하는 김관영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대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의 김관영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대감 또한 2002년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번 주가 분수령이다. 결선 투표는 지지 후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이다.
물론 김관영이 흠집도 많고 실수도 많았다. 군산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심판받지 않았던가.
군산의 봄을 가져올 사람이 누구일까. 깊이 생각해보는 한 주이길 바란다.
박승일 본지 회장 / 2022.04.27 10:5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