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이 이차전지 산업의 각축장이 되었다. 벌써 17개 기업이 입주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입주할 땅이 없어서 새만금개발청이 기본계획과 상관없이 3백~5백만평의 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오랜 기간 목말라했던 지역 주민들의 ‘개발 소외’ 감정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개발은 그에 따른 고통을 수반한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이차전지 기업들의 입주 러시로 개발은 순풍이나, 오염 물질 배출 및 폐수 처리 문제 등등은 점차 역풍으로 불어 올 것이다.
개발 논리에 휩쓸려 이런 중대한 일이 마치 ‘남의 나라 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자칫 ‘잔치상에 재 뿌린다’는 소리를 들을까 모두가 입을 닫고 있다.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개발은 그에 따르는 각종 책임과 의무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여간 걱정스러운 게 바로 환경 문제이다.
사실 이차전지의 원료들이란 게 폐자원, 혹은 폐기물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원초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이차전지 사업의 경우 바다와 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기에 폐수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정부는 지난 해 말 제31차 새만금위원회에서 이차전지 산업 특성을 감안하여 폐수처리 시설을 증설하기로 했다.
현재 새만금산단 폐수는 군산시폐수처리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 시설을 하루 4만3천톤에서 6만3천톤으로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환경부는 2027년까지 공공폐수처리장을 증설한다고 했다. 사실이라 할지라도 바다에 생계를 대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공감대를 이뤘는지 물어볼 일이다.
최근 바다에서 만난 한 어촌계 대표는 “폐수를 처리하여 방류 기준치에 맞춰 바다로 배출한다고 하지만 결국 어류를 통하여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건 불보듯 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해 말 전북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11개 시민사회단체는 “군산 공공폐수처리장 증설, 이차전지 폐수 자가 처리 후 외해 방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바 있다.
공공 처리 시설은 주로 일반적인 산업 폐수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량의 염폐수가 발생하는 이차전지 산업의 폐수 처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새만금개발청 또한 권한만 행사할 게 아니라 책임을 다하길 기대한다.
‘원인자 부담 원칙’을 외치는 환경부는 말하자면 부처 이기주의의 소산이다. 그렇다면 환경부 공공소각장을 지금이라도 폐쇄하라. 그리고 그 동안의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 정밀 조사하고 피해 보상에 나서라.
후회하지 않을 환경 정책을 세우는 건 정부는 물론이지만 미래 세대에 대한 오늘을 사는 세대의 책임이다.
새만금의 미래를 좌우할 철저한 환경 정책, 특히 폐수 처리 대책을 세우는 일에 더욱 매진하길 바란다.
박승일 본지 회장 / 2024.06.19 11:2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