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칼럼) 경술국치, 그리고 새만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할 것도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일제 36년의 식민 지배’를 꼽는다.
한국인이라면 가슴 한쪽에 멍에처럼 달고 사는 게 일본에게 짓밟힌 자존심 아닐까. 3·1 만세운동을 생각하면 그렇고, 8월 광복절이 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제에 대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수십년간 이어져 왔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3·1 만세 운동이 빼앗긴 주권을 찾아 오자는 피맺힌 외침이었다면 광복절 만세는 주권을 찾아왔다는 감격의 눈물이었다.
‘3·1절’과 ‘광복절’이라는 기념일이 정해진 데에는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빼앗아 간 ‘경술 국치’의 날이 원인이 된다.
8월 29일, 이 날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국권을 상실한 날이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했던 말처럼 일본의 식민사관은 그 동안 ‘한일합방’, 혹은 ‘한일합병’ 등등으로 이 사실을 미화하여 왔다.
광복절을 맞으면서 경술년에 행해진 일제의 한민족 박해의 원인이자 결과로 남은 ‘국가적 치욕’ 을 상기하고, ‘국치일’을 반면교사 삼는 게 옳지 않을까.
필자는 군산이라는 소도시에 사는 촌놈이지만 누구보다 군산을 아끼고 사랑한다. 아마도 뼈를 묻을 때까지 ‘군산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경술국치에는 닿지 않더라도 군산사람에게 치욕적인 날을 꼽으라면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에 대하여 대법원의 판결이 나던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21년 대법원판결은 1호(4.7㎞) 구간은 부안군에, 2호(9.9㎞) 구간은 김제시에, 나머지 3·4호 구간은 군산시에 귀속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2010년경 부터 이어져 온 지루한 소송의 결말이었으나 군산사람으로서 결과에 대해 할 말도 많고 섭섭한 것 또한 많다.
소송을 생각하기도 전, 중앙분쟁조정위원위의 결정을 기다리던 당시로 돌아가 보면 군산시가 너무나 안이한 대처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 때에는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새만금 행정구역을 결정할 경우 간척지(4만100㏊)는 군산에 71.1%, 부안에 15.7%, 김제에 13.2%가 속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었으며, 방조제는 94%가 군산시, 나머지는 부안군 몫이고 김제시 관할권은 아예 없었다.
소극 대응과 적극 대응의 차이가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하늘만이 알 일이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관할권을 주도했던 공직자 등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았다.
요즘 군산시가 전력을 다해 동서도로의 관할권과 군산새만금신항의 관할권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술국치와 같이 새만금의 개발과 주도권을 두고 헛발질했던 지난 날을 반면교사 삼는 것 같아 내심 다행스럽다. 치욕적인 일을 다시는 만들지 말아야 겠다는 듯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시민으로써 위안을 삼는다.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까 염려스럽지만 손 놓고 있을 성질이 아니다. 경술국치나 새만금 관할권 상실이나 두 번의 실수는 안 된다. 그 점을 가슴에 새기고 정진하자.
박승일 본지 회장 / 2023.08.21 16:2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