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랭이마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독립책방
산 위의 책방에서 얻는 ‘공간의 의미’
하늘과 맞닿은 말랭이마을. 이곳에는 독립책방 ‘봄날의 산책’이 있다.
지난 16일 말랭이마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 만난 박모니카 책방지기는 소통과 봉사활동을 통해 이 곳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들’을 실천하고 있다.
그녀는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13년째 봉사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이곳 봄날의 산책은 올해 1월 우연히 지역문화예술인 입주 공모전을 통해 연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말랭이마을 입주작가 공모 소식을 듣고 책 두권 낸 제가 ‘해도 되나’ 망설였던 상황에서 지인이 ‘3년차니까 도전해 보라’고 조언했고, 저만의 공간을 찾는 중 이 독립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 공모에 통과되고 자연스럽게 이곳에 정착하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군산을 떠나고 싶어 타지로 대학에 진학해 20여 년을 돌고 돌았다. 모교인 군산여고가 내려다 보이는 책방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백일장 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시절을 상기시켰다.
“‘아 운명이구나’ 싶었어요. 다시 돌아온 고향은 친정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했어요. 이 작은 공간이 군산 사람들을 위한 곳이었으면 싶어서 담소와 필담을 위한 공간, 소외된 계층에게 봉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방 ‘봄날의 산책’은 4월부터 한달에 한 번 지역작가와의 만남을 실시하고 있다. 군산의 작가들이 어떤 글을 쓰는 지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초청하는 행사다.
일곱 평의 작지만 알찬 이 공간은 시낭송회가 개최되며, 작가와의 만남이 열리고, 자원봉사활동이 펼쳐진다.
작년부터 2년째 운영 중인 ‘문화나눔운동 필사시화엽서’로, 시를 필사한 시화엽서를 만들어 복지관에서 전달하는 도시락에 한 개씩 끼워 전달하며 좋은 글귀를 널리 나누는 것이다.
책방 주인 역시 그녀 혼자만이 아니다. 3분의 책방지기들이 함께 운영하며, 말랭이마을 방문객들도 언제든지 오고가며 차 한잔 마실 수 있다.
박 책방지기는 “가을에 이곳을 올 사람들을 기다린다”며 “또한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군산에 나의 움직임이 아주 작은 밀알이라도 되길 바란다”고 다짐했다.
김혜진 / 2022.09.27 09:3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