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망둑어(망둥어) 시즌이 왔다. 가까운 곳에서 손맛을 보려는 낚시꾼들의 발길이 군산내항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망둥어 낚시는 별다른 장비나 ‘꾼’의 기술이 없다하더라도 물때만 잘 만나면 몇 마리쯤은 척척 잡아 올리는 게 묘미이다.
요즘 도선장과 해망동 어판장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낚시대를 어께에 맨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적 없던 선창이 호시절이라 보기 좋다. 한편 걱정스런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가족 단위도 가끔 보이지만, 눈에 밟히는 건 한창 일할 나이의 연령층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일할 시간에 여기에 나와 있다는 건 일할 자리가 없어졌음을 뜻한다.
가을 햇볕이 쏟아져 내리고 있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니라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가을이 왔지만 가을 같지가 않다는 뜻’의 심정 아니었을까. 멀리도 아닌 선창가에 자리를 잡고 작업복 차림 혹은 운동복 차림으로 나온 실직자들의 아픔을 본다.
금동 도선장 가에서 망둥어 잡이에 나온 분들을 살피는 내동 그들의 가슴에도 이 맑은 하늘의 기운이 스며들기를 바랐다.
경사식 물량장에 낚시 나왔던 트럭이 강물에 빠졌다고 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도록 해놓았으면 굴러가는 차를 가로막는 대책도 필요했다고 본다. 차가 추락한 원인이야 전문가들 몫이며, 관할 해수청은 보험사에서 구상권이 청구되면 법적인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벌어졌다니 애꿎은 서민들의 가을명소가 침해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망둥어로 시름을 잊어보려던 소시민의 애환이 강물 위를 우울하게 떠도는 것 같다. 낚싯대를 바라보는 중년에게서 한 가정을 책임졌던 무게와 군산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보는 것 같다.
마음 한편이 짠하지만 시설 관리 책임만 묻기 참 난망하다. 그나마 망둥어 낚시로 한 뼘의 여유를 찾던 분들에게 누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관계 기관의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
채명룡 / 2018.10.22 18:2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