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정부의 공공선박 발주에 참여하려고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도크 일부 폐쇄와 구조 조정 등으로 지역경제가 휘청거리는 울산시의 경우 정치권이 나서서 공공선박 입찰 참가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일부 도크 폐쇄이지만 군산조선소는 아예 전면 폐쇄된 상황이다. 가계에 미치는 그늘이 울산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군산상공회의소가 지난 2일 ‘현대중공업 공공입찰 참가제한 유예 건의’ 보도 자료를 냈다. “원전비리 문제로 2019년까지 2년 동안 공공선박 입찰 참여가 제한된 현대중공업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청와대와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각 정당에 보내했다.
잘될 경우(?) 군산조선소로 물량을 배정받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겠지만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매달리는 꼴의 읍소전략 자체가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못된 망아지로 찍어놓거나, 그렇잖아도 피하고 싶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비협조자로 낙인찍어 아예 제치지 않을까 하는 는 노파심 때문이라고 본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를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약속한 바가 없다. 시민들은 배가 고팠지만 그동안 지켜만 봐왔지 이런저런 일에 휩쓸리지 않았으며, 부잣집 앞이라고 ‘떡 하나 달라’는 식으로 매달린 적이 없다.
일감을 확보하는 데 이런 식으로라도 도움을 줄 테니 어떻게 하든지 군산조선소를 재가동 해달라는 표현이지만 듣기에 따라서 ‘떡 먹다가 목 메인 꼴’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에게 행정이 알아서 긴 꼴이니 입맛이 영 떨떠름하다.
군산시에 현대 측에서 두루뭉수리 협조 공문을 보내왔고, 적극적으로 성명전을 펼치는 울산시에 비추어 ‘내일 일은 알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보험을 들어놔야 하지 않느냐’는 발상이다.
물론 도와주어서 잘된다면 그들이 군산조선소에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가슴 뿌듯한 일이다. 다만 “공공 발주를 통하여 일감을 확보하고 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산업을 살리는 취지의 공공입찰에 원전비리로 참가 제한된 현대중공업을 참가시켜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그들의 가슴에 새겨지길 바랄뿐이다.
채명룡 / 2018.08.07 1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