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용, 조옥만 부부의 ‘아주 특별한 공간’
각종 어구품 제작…군산 유일 전북천년명가 선정
가업 물려받은 아들들과 꾸준히 한 길 걷고파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 군산항을 보면서 ‘참 크다’고 생각했어요. 세월이 흘러 지금 보니 군산항도 작아졌고 우리도 나이를 많이 먹었네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보람된 일이 더 많았어요. 자식들도 번듯하게 키우고 우리 가게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한일어구상사’는 이태용(77), 조옥만(73) 부부의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50년 동안 각종 어망과 로프, 통발, 삼각망, 해태망, 어구품 등을 제작 납품하며 한 길을 묵묵히 걸어 온 터전이기 때문이다.
1970년 5월. 이태용 대표는 부산의 어구품 제조 회사에서 근무했다가 군산으로 올라와 지금의 가게를 활짝 열었다. 그 당시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장이 일본에서 제품을 도입했다. 1960년 초부터 부산 공장에서 일했던 기술을 가지고 부단히 개발에 착수했다.
“30년 전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을 했어요. 서산, 영광, 고창, 부안, 서천, 대천 등 각 지역별로 어족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 어족들을 개발, 연구하고 공장에서 어구를 만들었어요”
부부는 이곳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했다. 이태용 대표의 아내 조옥만 씨의 내조도 빛을 발했다. 조 씨는 가게의 수입, 지출을 관리하고 직원들의 식사를 손수 내어오는 등 가게 경영에 함께했다.
현재는 아들 이성권, 이재현 대표가 부부의 가업을 물려받았다. 아들들은 해망동에 따로 창고를 두고 젊은 감각을 발휘해 블로그를 활발히 운영하는 등 신세대 경영을 이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30년 이상 한 길 경영을 하고 있거나 가업을 승계한 도내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 지원하는 사업인 ‘전북천년명가’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50년 동안 각종 어구품 개발과 생태 조사, 실습 교재를 위한 어구품을 제작 및 납품해 서해안 어획량 증가와 수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선정 스토리가 있다.
“이곳은 저희에게 뗄 래야 뗄 수 없는 공간입니다. 제품 하나하나 손때 묻지 않은 게 없어요. 만드는 과정은 힘이 들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부부는 50년 동안 수산업이 흥하고 쇠퇴하는 일들을 숱하게 경험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와 지속된 폭우로 인한 침체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에겐 ‘언젠간 다시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이 있고, 그 일을 자식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아들들과 함께 꾸준히 한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천년명가’에 선정된 것처럼 이곳이 백 년을 넘어 천 년을 이을 ‘명가’로 발전하고, 군산의 어획량 증가에 일조한 전통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한일어구상사
전북 군산시 해망로 159
063-445-4473
평일 08:00~19:00
김혜진 / 2020.08.28 16:4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