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은>
“수석합격, 기쁨 보다 더 큰 의무감 느껴”
수시 5번 연속낙방 여고생의 인생역전
“수석 합격이라는 게 그냥 부르려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잖아요. 대부분 예고 출신인 합격자 중에서 일반 학생인 제가 수석이 됐다는 사실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죠. 지금부터 수석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두 배 세배 땀 흘려야죠.”
고태은 양(중앙여고)이 정시 입시에서 무용 명문인 세종대 수석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무용가로써의 앞길이 열린 셈이다. 서울종합예술대, 서울예술대, 단국대, 서경대 등에도 합격통지서를 받아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 5번의 수시에서 연속 떨어지면서 불면, 호흡곤란과 함께 심한 스트레스로 열병을 앓았던 피 끓는 청춘의 인생역전 드라마였다.
“수시에서 계속 떨어졌을 땐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김정숙 원장님께서 정시 준비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셔서 다시 도전하게 되었거든요. 실기 테스트를 위하여 매일 5~6시간씩 연습했더니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지곡초 다닐 때 현대무용을 배우다 발목 부상을 당했고 몇 년이 지나 중학생이 되어서 다시 도전했지만 또 다시 부상의 불행이 닥쳤다. 무용가의 꿈을 접어야 할 위기의 순간에 김정숙 원장의 눈에 띈 건 태은 양에겐 행운이었다.
한국무용 입문 2년째인 중앙여고 1학년 때 창작무용작품으로 전국대회에 나갔고,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전수자인 김정숙 원장으로부터 승무를 집중 지도받고 전국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수석의 영광은 그런 바탕이 있기에 가능했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량을 갈고 닦아야지요. 대학을 거쳐 한국무용수로 성장하고 안무가로써 자리를 잡아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안무로 작품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제가 꿈꾸는 세계를 펼쳐 보이고 싶어요.”
자영업을 하면서 힘들다 내색 않고 밀어준 부모님(고지훈·이현아)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는 5남매 중 셋째딸의 애틋한 마음이 예쁘다.
“항상 버팀목이 되어주고, 힘들 때 곁을 지켜주시는 아빠 엄마가 오늘이 저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엄하면서도 다정하신 원장님께도 감사드리고요.”
군산 무용의 계보를 이어갈 기대주에게서 단비와 같은 소식이 계속 되기를 기대한다.
채명룡 / 2020.03.04 15: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