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사’ 헤어비스 박나현 박진희 자매
‘기쁘게 추구하는 일’ 널리 확장하는 뜻
문화동에 위치한 ‘가이사 헤어비스’는 간판에서부터 시선을 확 끈다. 이곳은 언니 박나현(39)·동생 박진희(37)씨가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가이사’라는 단어를 비슷한 어감의 일본어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감이 비슷한 일본어 ‘게이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그리스어가 이 집의 이름이다.
나현씨는 “2009년 매장을 오픈했을 때 시댁 엄마가 ‘가이사’라는 상호를 지어 와서 ‘손님들이 헤어샵에서 로마 황제와 같은 서비스를 받고 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부탁했다.”고 했다.
어쩌면 요즘 입에 올리기도 섭섭한 일본말 같기도 했던 간판의 뜻을 알고 나자 그동안의 오해(?) 비슷하게 곁눈질 했던 게 괜히 부끄러워졌다.
‘가이사’ 뜻은 무엇일까. 그리스어와 한자 두 가지가 있다. ‘Kaisai’는 로마의 황제를 뜻한다. 가이사의 조카 아우구스투스가 제국을 조직한 후부터 황제의 칭호가 되어 ‘황제’의 동의어로 쓰였다. 그의 이름은 로마 황제를 가리키는 칭호로 사용되었다.
한자 뜻은 가(嘉: 아름다울, 훌륭할, 기쁠)이(灑: 이어질)사(挱: 만질, 넓힐, 벌릴)이다. 아름답고, 훌륭하고, 기쁘게 추구한 바를 넓게 확장한다는 의미다.
나현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용을 배웠고, 진희씨는 언니의 제안으로 미용의 길에 들어선 경우다. 처음엔 세 자매가 함께 했다가 큰 언니가 육아에 전념하면서 둘이 일을 한다.
나현씨는 “해 봐서 안 맞으면 안 해도 되니, 나중에 매장을 오픈할 때 같이 일하자”고 동생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갈등도 잦았다. 자매이기 때문에 이해해줘야 하는 것들, 이해받고 싶어 하는 것들이 갈등으로 번졌다. 그러나 서운한 건 잠깐, 10년을 동고동락한 영원한 동지이다.
나현씨와 진희씨는 매장의 손님을 많이 늘리는 것보다 단 한 명의 단골이라도 정성들여 맞아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믿고 찾아 온 손님들을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일하는 이유라고 했다. 가게의 이름처럼 추구하는 바를 아름답고, 훌륭하고, 기쁘게 확장하는 나날들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김혜진 / 2019.07.30 15:2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