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흙의 메일'
‘시간의 변화 속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2020년 등단, ‘사랑의 철학’ 시편 담아
흙은 내 외로운 빈 길이다
울며 울며 가는 길
길 위에 바람이 뒹근다
속에는 멍든 나의 늑골이 숨 쉬고 ·
가끔씩 무지개가 두텁게 교각을 박는다
살아 숨 쉬는 그 누구의 혈통들
그곳에 왜 별똥별의 눈물이
주저리주저리 추억을 털고 있는가
죽었던 질경이 씨앗이
일어나 새순을 당겨 올리는데
신화처럼 썩어져 간 영웅들
행성의 분말로
밤의 입자들로
무구한 세월을 깔고
누워만 있을까
말없이 들려오는 흙의 말들이
강물처럼 출렁이고
전설의 분자들 거기 떠있다
('흙의 메일', 윤명규)
‘흙에도 이목구비가 있다는 걸 이순이 되어 알았다
그들의 눈을 들어 묻는다 - 흙의 시간을 아느냐, 고
서둘러야겠다 겨우 두 계단째 오름이다
하늘이 볍씨 한 톨 키만큼 내려와 있다’
윤명규 시인의 새로운 시집 ‘흙의 메일’에서 시인이 전한 말이다. 시집은 제1부 ‘곡선의 영역’ 등 총 5부(59편)로 구성, <미네르바 시선075>로 출간됐다.
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중략) 하지만 꼭 시대를 앞서 변화를 이끄는 것만이 꼭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윤명규 시인의 이번 시집의 시들을 읽으면 시간의 변화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남겨져 있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해설한다.
문효치 시인은 “한마디로 윤명규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가 삼라만상을 애정의 감각으로 품어 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시편들을 광역의 시각으로 볼 때 ‘사랑의 철학’에 기초해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평한다.
윤명규 시인은 지난 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허물의 온기>를 발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군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승호 / 2024.02.06 1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