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용술 목사 가족들의 인사>
- 고 조용술 목사의 전기, 출판기념회
- 군산복음교회는 민주화의 성지
4월 25일 오전 11시. 군산시 둔율동 도심 속의 변방 골목에 자리 잡은 군산복음교회(김상길 목사).이 교회는 기독교인들이 넘쳐나는 군산에서 민주화의 성지와 같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며, 박애와 헌신으로 지역사회에 나름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조용술 목사께서 담임목사로 재직하였던 1972년 9월 이후 1990년 범민련 사건으로 구속될 때까지 이곳은 인권과 통일, 민주와 자유의 토론장이었다.
민주화 운동에 한창일 때 주일마다 시국강연이 벌어질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고, 1987년 6·10시위, 6·26시위, 6·29시위 등을 주도하면서 군산의 민주열기를 전국에 각인시켰다.
군부독재의 험악한 시기에 목사님은 구약성경의 말씀을 인용하여 비민주적인 체제에 대하여 우회적인 비판을 가했으며, 남북분단 등 1980년대엔 금기시 되었던 말들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가난한 동네에 세워진 이 복음교회에 부임한 조용술 목사는 ‘헌금 바구니를 없애고 예배당 뒤에 헌금함을 놓았으며, 주보에 헌금 낸 사람 이름을 적지 않았다. 십일조도 강요하지 않는 일’을 먼저 했다.
특히 교인이 돌아가시면 직접 가서 옷을 갈아입히고 염을 해서 입관한 후 장례예배를 드리는 헌신적인 예우를 했다. 진심은 통하는 법, 복음교회는 떠나는 사람보다 오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조용술 목사 전기 출판기념 감사예배 시간이 가까워지자 원로 목사님들과 복음교회인들, 군산에서 시민사회 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초대 군산시민회의 사무국장을 했던 강임준 시장의 모습도 보였고, 전북대 학생회장 출신 신영대씨와 조동용 도의원, 황진 YMCA 전이사장도 왔다.
복음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일하면서 서슬 퍼런 군부독재에 굴하지 않고 민주와 자유를 외쳤던 고 조용술 목사의 지난날을 모은 평전 ‘열린 문으로 나아가다’ 출판 기념식의 현장이 그랬다.
이 책은 이미 한 달 전쯤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조직한 출판위원회(위원장 김상근 목사) 주도로 완성되었고,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바 있다.
고인이 살아생전에 목회를 하면서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던 군산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번 더 하자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조 목사님이 세상을 뜬지 벌써 15년. 꽃 같은 처녀로 시집와서 성범, 준호 두 아들을 낳고 조 목사를 뒷바라지 했던 아내 송정옥 여사는 허리가 굽어버렸다.
서울대 음대를 나온 재원이었던 송 여사는 “남편 조용술은 언제부터인가 나만의 사람이 아니라 만인의 사람이었다.”면서 가정을 지키고 남편의 건강을 지키는데 혼신을 다했다.
이 날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 “저는 이제 많이 아파서 고맙다는 말도 잘 못해요.”라고 간신히 인사를 했고, 두 아들이 ”아버지의 고귀한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 사회에 밀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군산 사회에 선구자 역할을 했던 큰 어른을 모시는 길이 이처럼 외롭지는 않으니, 군산의 앞날에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
채명룡 / 2019.05.01 10:2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