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바이애슬론(철인 3종) 최숙현 선수의 투신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됐다.
코치와 나이많은 연장자로부터의 갑질과 구타, 따돌림으로부터 구해달라는 SOS를 체육회와 인권위까지 무려 여섯 기관에 보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리 와, 이빨 깨물어!" "야! 커튼 쳐." "내일부터 너 꿍한 표정 보인다 하면 넌 가만 안 둔다, 알았어?"
손찌검 순간을 기록한 참혹한 녹음파일과 절망만이 가득한 훈련 일지가 공개되자 온 국민이 절망했다.
불과 두 달 전 이야기이다.
이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한 군산시청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3명의 여직원이 지난 8월 10일 시 감사실에 공익 신고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 최숙현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지시했던 말미였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3인방'은 '모르쇠'로 일관, 국민적 공분에 기름을 부었던 때였다.
강임준 군산시장 또한 민주당 소속이며, 시민단체 출신으로 인권과 약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신을 보였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군산시청 갑질과 괴롭힘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서 강 시장이 혹시 허위 보고에 속고 있는 건 아닌지, 공직 사회의 낡은 관행인 제 식구 감싸기에 가치관의 혼돈이 온 건 아닌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체육진흥과 소속 수영장 강사와 안전요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갑질’과 ‘괴롭힘’의 중심에는 전문경력관 A직원과 그의 하수인격으로 장기간 계약직으로 일해 온 B수영 강사가 있었다.
그 연결 고리는 이번 공익 신고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강사 뽑기에서부터 관리까지 독선과 독단 아닌 게 없었는데도 현직 계장, 과장, 전직 과장 등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시청내 다수의 국장·과장 등이 포함된 사조직인 ‘○○회’와 전 현직 과장들이 나서서 무마를 시도한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던 참이다. 무서운 일이다.
‘군산시청 판 구해달라’는 SOS를 보낸 공무직 1명과 기간제 2명 등 3명의 여직원은 “지속적인 괴로움, 스트레스, 우울증으로 퇴사 및 자살 충동으로 힘들다”고 했다.
또 “‘B강사가 CCTV로 감시하며 스트레스를 주었으며, 지각, 조퇴가 일상인 B씨에게 정상급여가 나오고 나이가 많고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갑질하는 건 이해가 안된다.”고도 했다.
특히 전문경력관 A직원이 회식이나 회의에서 “모든 권한을 B강사에게 맡긴다. 여기에 이의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경주시청 3인방'이나 문제 발단의 책임자에게 면죄부성 ‘훈계’를 주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던 군산시청 감사 담당자들이나 다를 게 뭔가.
공직사회의 기강을 위해 덧붙이자면 사무관이면 사무관 답게 언행을 신중히 하라는 말이다. 공익신고 여직원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너 또한 갑질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게 바로 땅에 떨어진 군산시 도덕성의 수준 아닐까?
현장 직렬인 공무직을 하찮게 알고 하는 소리였는지, 아니면 나이 어린 직원이라고 우습게 보고 하는 소리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건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선 것이며 국민권익위의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마저 부정하는 위험한 수위이다.
대통령도 나서서 ‘갑질과 따돌림 근절’을 외치는 마당이다. 군산시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 더구나 사조직 개입설(?)까지 나온 판이니 강임준 시장의 혜안과 결단을 촉구한다.
채명룡 / 2020.09.03 09:5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