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전망이라는 건 수혜 대상자의 숫자를 우선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돌보아야 할 최소한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언어이다. 그런데 군산시가 장애를 가진 부모를 둔 몇몇 아동들의 ‘언어발달지원사업’을 지난 11월 10일 중단해버렸다.
한 아이에게 최대 22만원이 지원되던 이른바 ‘코 묻은 사업’이다. 예산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인데, 아마도 모자라는 돈이 200만원 정도였으리라고 추정된다.
군산시의 2019년 재정규모가 약 1조3,844억이며, 장애인 아이들을 돕는 이 사업비는 1년 예산의 0,00001%도 안되는 1,300만원(국비 70%, 도비 10%, 시비 20%)이 전부였다.
올해 6명으로 수요 예측했는데 중간에 8명으로 대상자가 늘어나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군산시가 불과 몇 백 만원이 없어서 그랬다는 말인가. 몇 십 명 혹은 그보다 많은 숫자가 대상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만 12세 미만의 비장애 아동들이 대상이며, 한쪽 부모 및 조손가정의 한쪽 조부모가 시각, 청각, 언어, 지적, 자폐성, 뇌병변 등록 장애인이었을 경우에 해당된다.
청각이나 언어 장애를 가진 부모를 대신하여 아동들에게 언어발달진단을 통하여 언어치료, 청능치료와 함께 언어재활서비스와 독서지도, 놀이지도, 수화지도 등 바우처 사업을 제공하여 왔다.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말을 습득하지 못하는 아동들을 돕는다는 군산시가 몇 안 된다는 이유로 가볍게 본 건 아닌지, 사업예산이 적다고 마치 의붓자식 취급하듯 생각한건 아닌지 묻고 싶다.
섭섭한 가운데 내년 사업비로 7명분을 계획하고 있으며, 1월에 곧바로 사업을 재개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러나 가뜩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나 입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조 단위 예산을 꾸리는 군산시가 2백~3백만원이 없어서 사업을 중단했을 리가 없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아이들의 실망감을 어떻게 치유할지도 궁금하다. 군산시의 섬세한 행정을 기대한다.
채명룡 / 2019.11.18 16:4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