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서 ‘개’를 드러내 놓고 욕하는 간 큰 사람은 없다. 드러내놓고 적대시 하거나 이유 없이 눈총을 주다간 볼썽 사난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게 현실이니 만약 싫다면 외면하면 되지 더 이상은 안된다. 더 나가다간 그 가족들(?)로부터 봉변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만큼 개가 사람 사회에 깊숙이 들어왔으며 그 개의 의미가 단순히 동물이나 애완견의 의미를 넘어섰음을 뜻한다.
사람이 사람 구실을 못하는 세상인심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으니 그 공허한 자리를 맹목적인 순종 혹은 무한신뢰의 상징인 ‘개’가 차지하는 건 어쩌면 순리였을지 모른다.
욕 가운데에는 ‘개’ 자가 들어가는 욕이 많은데, 아마도 ‘개새끼’가 가장 많이 쓰이는 욕일 것이다. ‘개 같은 놈(년)’, ‘개만도 못한 놈’, ‘개뼈다귀 같은 놈’ 등 접두사로 ‘개’자만 넣으면 그야말로 ‘개 욕’이 되는 셈이다.
어찌 들으면 욕 같지 않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무척 심한 ‘개 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개차반’이다. 풀이 하자면 ‘개가 먹은 똥’이다. 개똥같은 놈을 이렇게 표현했다.
요즘의 욕은 너무나 전투적이고, 치명적이고, 악랄하다. ‘개차반’이라는 욕 정도는 말머리를 돌려서 할 줄 아는(?) 사람 행세를 하는 사람들의 위트 섞인 소리였다.
사람은 밉지 않지만 순간순간 미운 짓을 할 때 ‘거 성질 한번 개차반이네’, ‘술만 먹으면 개차반이야’ 라는 말로 쌍(?)스런 욕을 대신했다. 내일은 다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월명동 근대역사 거리는 주차하지 못하도록 여러 장애물로 막아 놓는 게 유행인가 보다. 영화동의 한 전시관 앞은 아예 차량들이 서지 못하게 길게 고리를 설치해 놓았고, 마치 ‘차는 안 돼, 사람만 와’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주차 구획까지 그어놓은 공용 도로를 버젓이 자기의 소유물처럼 차지했다. 자신의 가게 앞만 깨끗하고 훤하게 하면 부흥회 하듯 손님이 몰리겠거니 하는 것 같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S식당 앞 주차구획에 한 시민이 차를 대자 젊은 주인 아들이 나와 험악한 말투로 “좋게 말할 때 차 빼쇼”라고 했다. “여기가 주차하라는 곳 아니냐”는 대답에 ‘이 개XX’라는 ‘개 욕’이 튀어 나왔다. 가게 주인 ‘부자’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들 부자에게 묻고 싶다. ‘승리’해서 기분 좋냐?
이런 엄청난 분들에게는 꼭 ‘개차반’같은 거시기 라고 해줬어야 하는데....고민 되는 오후다. 돌아보니, 그 식당엔 ‘모범음식업소’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
채명룡 / 2019.06.11 15:3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