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특수를 기대했던 고군산 섬 관광사업이 실종됐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고군산 섬 도로연결과 함께 물밀 듯이 들어왔던 관광객들을 보아 온 터라 섬 주민들은 물론 군산시는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그동안의 기대치가 물거품이 되었다. 기반 시설을 놓는 등 시설이 미비했다고는 하지만 기대치 이하다. 최성수기라 할 수 있는 기간이 2주 정도 남았다고는 하지만 해수욕장의 비어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올해 장사는 이미 물 건너 간 꼴이다. 그나마 마지막 주말에는 피서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니 다행스럽다.
그동안 선유도 등 고군산 섬 관광지는 여름 피서철만 되면 몸살을 앓았다. 섬이 가진 특수한 정서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불편도 참았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었지만 감수했다. 머무는 동안 조용하고 고즈넉한 섬 분위기에 취하다 돌아갔으며 재방문은 당연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섬 관광의 세태가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차량들이 자유로이 왕래하고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섬이 되면서 예전의 불편을 감내하고 며칠씩 묵었던 일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부족한 기반 시설을 걱정했던 여파가 지금에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7월의 마지막 주말에는 선유도 해수욕장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숫자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피서객이 급감했다는 소식을 반전시키는 희소식이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우려할만한 일들이 발견되고 있다.
첫째는 피서객들이 쉽게 섬에 들어 와서인지는 모르지만 서너 시간 구경만하고 다른 피서지로 대거 떠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지적되는 게 터무니없이 비싼 숙박요금과 음식값 문제이다. 선유도 중심으로 하는 섬지역 펜션 5~6인실의 경우 하루 숙박 요금이 대부분 20~30만원 안팎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높은 가격을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같은 크기의 부안 변산과 격포 등은 15만원 선이다.
회를 포함하는 정식의 경우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1인당 4만원~5만원 정도이다. 음식 좋기로 소문난 군산의 시내권 횟집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이나지만 음식의 가짓수나 밑반찬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로 파악된다.
둘째는 부족한 관광 기반 시설이다. 고군산 섬은 예전처럼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던 고즈넉한 장소가 아니다. 찾는 이들이 먼저 비교하고 점수를 매긴다. 진입 도로나 주차장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모두 다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가 간다지만 언제까지 짚라인 하나에 체험거리를 맡길 건가. 실효성 있는 관광 대책이 아쉽다.
셋째로는 무질서한 서비스 체계이다. 자기 차로 왔다고 하더라도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무공해와 시골 인심을 선호한다. 그런데 지금도 불법 시비가 끊이지 않는 유상 운송행위가 시들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배가 닿아야만 갈 수 있었던 그 시절, 눈감고 지나쳤던 고군산 섬이 아니다. 여기에 오는 관광객들이 무질서를 먼저 알아차리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면 큰 일 아닌가.
고군산 섬은 이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반면 불편하면 누구나 그냥 떠나버릴 수 있게 되었다. 편의성이 가져다 준 양날의 검이다. 이젠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사계절 관광지로 변화되어 가기에 관광 정책 또한 변화를 모색할 시기이다. 비응도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고비를 바짝 죄어야 한다.
채명룡 / 2018.07.30 18:3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