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창) ‘눈 치우기’ 질타하고, 눈치보며 놀러간 시의회
17년만의 폭설이라고 했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억세게 퍼붓는 눈으로 시내 대부분의 도로가 얼어붙었다. 미덥지 않은 제설작업이었으나 시민들은 불편해도 참았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찾는 게 지역구 시의원이다.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해야 꽉 막힌 속이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민들의 소리를 알아차린 시의회가 지난 24일 의장단과 부시장 등 집행부와 간담회를 실시하고 그 내용으로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는 “현재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 28~29일간 또 한파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대비, 강설 피해 및 시민불편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하였다.”라는 내용이 있다.
김영일 의장은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이면 및 인도 제설작업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명시하여 놓아야 하며, 면 단위·동 단위를 구분하여 농촌과 도시 지역을 구분하여 제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박광일 행정복지위원장은 “교통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작업이 어렵다는 제설차량 운행자의 불편사항을 들었다. 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협업체계를 갖추어야 제설작업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나종대 경제건설위원장은 “제설 장비를 임차하여 구간별로 순차적으로 처리하다보니 적극 대응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시에서 대형 장비를 직접 구비하여 즉각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창호 운영위원장은 “시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린다고 예보가 있었으면 매뉴얼만 지키지 말고, 융통성을 발휘하여 사전 대비를 했어야한다.”고 했다.
박경태 경제건설부위원장은 “제설을 하나도 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시민이 다수다.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제설상황을 알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홍보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폭설이 예보 되었는데 대처가 미흡한 것에 대한 질책이 대부분이었다.
보도자료가 나온 26일 기존 임차 장비를 비롯하여 모두 306대의 장비가 동원되었고 모두 44명의 직원들이 정신없이 눈을 치우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들을 질타했던 의원님들은 어디에 있는가. 28일과 29일엔 큰 눈이 온다는 예보도 있는데 말이다.
자비 여행이라고 하지만 경제건설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이 4박6일 일정으로 필리핀으로 떠났고,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 6명은 강원도로 단합대회를 갔다. 돌아오는 건 29일이나 30일쯤이라고 한다.
물론 예약된 단체 행사이니 피하거나 취소하기도 어려웠으리라고 본다. 그래도 그렇지 하필이면 이 때란 말인가.
그럴거면 아예 보도자료를 내지 말든지, 아니면 집행부 직원들 쥐잡이나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정치인들의 조변석개(朝變夕改)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매우 유감스런 하루다. (편집국장 유상근)
유상근 / 2022.12.27 15:5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