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주범격인 B주무관, 징계 아닌 ‘훈계’
공익신고서 제출하자마자 갑질 ‘C강사’ 사표
군산시 피해 여직원 보호 뒷전, 무마에 급급
군산시 공무직 공무원 A양. 스물셋 꽃다운 청춘인 그녀는 2년 전부터 말못할 고민에 빠졌다. 직장에서 벌어진 따돌림과 ‘갑질’ 때문이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 불면증과 공황 장애라고 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따돌림에 대해 아빠에게 얘기했다. 당장이라도 사표를 쓰라고 했지만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니기에 그만둔다고도 못하고 있다.
코치와 연장자들에게 괴롭힘 당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 고최숙현씨 억울한 사연이 남의 일같지 않았다. 지난 8월 10일 그녀는 용기를 내서 기간제 동료 2명과 함께 군산시에 공익 신고서를 냈다.
그녀는 “이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며, 일상적으로 폭언과 호통, 왕따, 업무상 불편 들을 겪어왔다.”면서 A4 용지에 11포인트 글자로 빼곡히 일곱장을 채운 사례별 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 이유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반복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이 없기를 바라면서 감사를 철저히 해서 가해자의 처벌과 업무의 공정성과 기득권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익 신고를 받은 군산시는 이 민원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갑질’의 당사자로 지목된 건 수영장 담당 전문경력관 B씨와 기간제 C씨(여성 강사)였다. 그런데 감사실에 민원서류가 접수되자마자 ‘C씨’가 사표를 냈다. 누군가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랜 경력을 가진 이 계약직 강사는 공무직을 포함하는 기간제 직원 등 3명을 ‘갑질’로 괴롭힌 주범으로 몰아졌다. 반면 사실상 뒷배였던 B주무관에게는 면죄부를 주듯이 ‘훈계’ 조치가 내려졌다.
군산시 감사담당관실에서는 민간인에 대한 조사권이 없기에 ‘갑질’ 주범이 의심되지만 사표를 낸 C여직원을 더 이상 조사할 수 없다고 했다.
군산시청 안에서 벌어진 ‘갑질과 괴롭힘’의 주범과 종범을 가려내려면 사법 당국에 고발하는 등의 결단이 필요했으나 그런 절차를 외면했다.
국민권익위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갑질 발생시 처리요령’을 통하여 ‘신고·제보 내용이 범죄 성립의 소지가 있는 경우 징계와 별도로 수사의뢰 할 수 있다.’고 제시했고, ‘폭행 협박 모욕 성희롱 등이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수사의뢰 할 수 있다.’고 했다.
수년간에 걸쳐 다수의 피해자가 생긴 이번 직장 괴롭힘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산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고통 호소와 다를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군산시는 불면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공익 신고자를 보호하려는 의지는 커녕 무마에 급급한 모습이다.
체육진흥과 관계자가 공익 신고한 A양과의 면담에서 “너도 갑질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말을 했다가 “갑질이라기 보다 안보고 싶다는 것이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A양이 “저는 갑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항변하자, 이 관계자는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다른 직원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라고 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는 커녕 사실 확인도 없이 2차 가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76조(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는 ‘지체없이 사실조사, 피해 근로자 보호 조치, 피해자 의견을 들어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 등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A양은 군산시가 이런 행태를 보이자 국민권익위원회와 노동부 등 국가 기관에 제소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채명룡 / 2020.09.03 10: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