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어. 그나저나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 어쩔 거야?”
다시 투박하고도 거친 말투로 나무라듯 말하고는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계산하겠다며 한사코 말렸지만 노신사는 고집을 꺾지 않고 제가 마신 찻값까지 계산하고는 나갔습니다. 저는 갑자기 전에 없던 조급함으로 노신사의 뒤를 따라나섰습니다.
“뭐 하러 나와? 들어가!”
저를 향해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손을 내저으셨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노신사 손님의 뒷모습이 애잔하고 슬퍼 보였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노신사 손님의 쓸쓸한 말이 마음에 남아있었습니다. 이렇게 그냥 보내드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갈등에 사로잡혔지만 그 이상의 마음 씀이 제게는 없었나 봅니다.
노신사 손님이 떠나간 후, 한참이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음악실에서의 방송도 어떻게 했는지조차 모를 만큼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쁜 일상의 날들을 보내다 보니 그분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문득 그분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마다 이상하게도 처음에 느꼈었던 묘한 낯익음을 여전히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낯익음의 원인을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노신사 손님은 제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전화도 잘 못할 게야
날들은 흘러갔습니다. 개업 후 첫 번째 맞이한 봄은 그렇게 가고 있었습니다. 봄 끝자락의 어느 날, 저장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나야!"
전화를 받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특유의 말투가 전화기 너머에서부터 들려왔습니다. 노신사 손님이었습니다.
"어르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셨을 리가 없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전에 없던 반가움과 묘한 감정이 뒤섞여 저도 모르게 반색하며 물었습니다.
"잘 지냈지."
"지금 어디 계신가요?"
"나? 그건 왜 물어? 그나저나 손님은 좀 늘었나?"
"아, 예 예,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습니다.
"어르신 건강은......"
"건강? 폐병 환자가 뭐 그렇지. 목소리 들었으니 됐어. 잘 살아."
이현웅 / 2020.03.25 17: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