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주인한테 반값으로 뚝 잘라서 일방적으로 값을 들이댄다.
하지만 주인아주머니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와이카노?~~~마~절대로 안되니더 ~."
“아~따 마~ 깎아주면 되겠구마...”
“ 아이구~ 아지매.. 이만 하면 마이 깎는 기지.. 그만 좀 하소..”
“ 아이고~ 그럼 못사것다...희야 그냥 고마 집에 가자...”하며
주인한테 마지막 흥정의 최후 카드를 날리는 줄도 모르고 눈치 없이 난
“ 머????.. 엄마! 난 안사주마 집에 안 갈끼다아아아아~~~..”하고 큰소리 쳤다.
그러면 엄마는 한쪽 눈을 힐끔 힐끔 껌벅 그린다. 그러면 난 엄마의 작전인줄 알고 조용해진다.
그러는 사이 주인아주머니는 “ 아따...마아~~.. 별난 아지매도 다 있네~ 그냥 마아 가져 가소~..” 하신다.
그러면 엄마는 얼른 신을 담고 항상 들리는 시장 식당으로 나를 데려가 맛있는 우동을 사주시고 시장을 본 후 집으로 오곤 했다.
집에 와서 운동화를 신어보면 얼마나 큰지 엄마께서 안쪽에 못 쓰는 신문지를 빡빡하게 밀어 넣고 신발에 발을 맞춘다. 신발을 신고 아버지께 보여 드릴려고 걸어가면
“아이구 우리 희야~~~.. 멋지네~~”
“ 아부지 너무 커요..” “괜찮다~ 보기좋다~” 하시며 나를 달래려고 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명절날 신발을 신고 나서 이튿날이 되면 어김없이 엄마께서는 운동화 안에 습기방지를 위해 신문지로 꽉 채운 뒤 높은 곳에 보관을 하신다.
“엄마~ 쪼메만 더 신으면 안돼나?~”
“ 안된다! 아낐다가 이담에 어디갈 때 가람(외출용)으로 신어야 된다..”
난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6학년 어느 날... 명절날 외에도 운동화를 맘껏 신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학교에서 보이 스카우트 단원을 모집하는데 보이스카우트의 정신과 활동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데 내 눈엔 복장만이 너무 멋있게 보였고 운동화를 신을 수 있다는 게 너무 맘에 들었다.
모자와 제복, 허리 옆에 차고다니는 구명선. 윗도리에 온갖 마크 부착된 것은 마치 용감한 군인이 될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설레이는지 저녁에 엄마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엄마~.. 학교에 보이스카우트 라고 있는데 .. 나 그거 하면 안되나?~~” 엄마 왈
“ 뭐~?...보이소..뭐라?..”
“아이참!... 엄마는 와그리 무식하노!!!... 어쨌든간에 나 그거 한다아~~~..”
“ 이 노무 손아~ 그기 머하는긴데?...”
“ 으응~.. 그기 머냐하면~...진짜로 멋있는 옷 입고.. 단체로 모이서~~ 여러 가지 배운다네..”
“ 마.. 시끄럽다!.. 저녁때 너거 아부지 오시면 말 해바라..”
“아이.. 엄마가 말해~~” 저녁에 아버지께서 들어 오셨다
엄마가 “보소~~..희야가 학교서 머 한다카는데.. 머하는지 모르겠지만서도..자꾸 하게 해달라 카는데 우짜끼요?~~..”
“그게 머~꼬?..”
그때 아마 내 기억으론 바로 위의 누나가 아버지한테 설득해서 허락을 받은 것 같다.
이튿날 보이스카우트에 가입하고 회비와 제복 값을 내고 옷을 받아 집에 와서 입어보았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니 얼마나 멋있는지.. 그 제복을 입고 학교 등교할 모습을 상상하니 그날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아침에 모자도 쓰고 흰 장갑까지 끼고 풀 버전 복장으로 마당에 나서는데 내가 사관생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얼마나 기분이 우쭐해지는지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학교운동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애들이 전부 나의 복장으로 시선 집중 했다.
모두들 “우~와!.. ”하고 “저거 무슨 옷이고?..” “ 군복 같다..” 등등 난리였다.
그때 전교에서 20여명 미만인 것으로 기억되며 내가 보이스카우트 도반장을 맡았다.(계속)
(팝피아니스트 이권희의 인생콘서트) 제8화. 운동화와 캠프-3
보이스카우트의 선서구호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다음과 같은 조목을 굳게 지키겠습니다.” ‘믿충도우예친순쾌근용순경.’이라는 12가지 수칙의 앞머리글자를 힌트로 해서 다 외우기도 했다.
그 이후로 보이스카우트는 항상 타의 모범이 되야 함도 배워서 은근히 남을 의식 하게 되고 불편한 감도 있었지만 자랑스러움도 있었다.
여름 방학 때 보이스카우트 연맹에서 주최하는 엄청난 규모의 야영대회가 공설 운동장 숲에서 열리게 되었다.
난 그때 처음으로 야영장 캠프 경험과 텐트 생활을 해보게 되었다. 각 학교 별로 다모이니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과 인솔 선생님, 도우미로 같이 온 엄마들과 한여름 공설 운동장 숲속에서 일주일간의 페스티벌을 했는데 그 경험이 내 평생 머리에 지워지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는 지원자가 많지 않아 10명 미만 이었다. 늘 깡촌 시골에서의 생활에서 도시 사람들의 공간에 들어가니 너무 설레이고 여러 군상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맛있는 군것질 하는게 꼭 환상의 세계로 들어온것 같았다.
보이스카우트 연맹에서 주최를 했기에 일주일간의 다양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은 마치 환상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았다. 다양한 악기연주도 구경하고 시내에 있는 학교에서 각각 준비한 장기자랑과 연극도 있었고, 마술쇼도 처음 보았고 남녀혼합 합창곡, 고적대 퍼레이드 등등..
마술 쇼 중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이 있었다. 어떤 물건을 기계에 넣으면 그 물건이 자라서 크게 되어 나오는 요술 상자 이권희 / 2019.09.26 11:4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