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봄.
새 학기 첫 날 학교 가는 길에 댐 공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보게 되었다.
학교 옆쪽의 강바닥에는 평소에 자주 보지 못 하던 건설 중장비가 엄청나게 많이 집결해 있었고 불도우저로 물을 막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강바닥의 흙과 모래와 자갈을 퍼담는 포크레인과 불도우저와 대형 트럭을 한 눈에 목격한 우리는 동시에 “우~와!!...저기 머시고??!~~~.. 대~빵 큰 차네~” 하고 괴성을 지르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트럭이 옆을 지나가는데 타이어의 크기가 우리보다 더 크고 운전수는 마치 원두막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높이 앉아 있었다. 우리들은 신기해서 학교 등교 하는 건 까맣게 잊은 채 공사 현장 근방에 쪼르르 몰려가서.
“우와!... 아저씨 이 차 이름이 머 잉교?...”하고 물으니 “뭐~라...안들려!.. 시끄러우니까 저리가!~~~ 이 녀석들아!..” 하고 고함을 치시며 우릴 쫒아 내려고 했다. 우린 그래도 신기해서 들은 체 만 체 꼼짝을 안하고 다른 아저씨들한테 가서 또 물었다. “아저씨 !.. 이거는 머슨찬교~~?..?..”.
“이놈들아 ! 이건 차가 아니고.. 로보트 다!..저리가 위험하니까! ” 라 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중장비를 실제로 보니 얼마나 크고 굉음을 내면서 움직이는지 우리는 “ 와!” 하면서 입을 떠억 벌리면서 쳐다보다가 누군가가 “야! 춥다..학교 지각이다!..빨리 가자” 하면 그제서야 “야 늦으면 교실 청소다..”하며 학교까지 쉬지 않고 달음박질해서 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물은 서서히 고여서 넓은 호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커져만 갔다. 몇 개월이 지나니 학교 뒤에 있던 구멍가게. 이발소. 농업 협동조합 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조그마한 읍내 거리가 물에 잠겨서 마을의 형태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갔다.
어느덧 학교 뒤 뜰 까지 물이 찰랑 찰랑 하게 차올랐다. 공놀이를 하다가도 잘못 차서 학교 옆까지 올라온 물에 풍덩 들어 가버리기라도 하면 긴 작대기로 공을 건져 올리기도 하고 너무 멀리 튕겨 들어가면 건지지도 못하고 그냥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학교주위 마을은 이미 물속으로 들어 가버렸는데도 학교는 그나마 제일 높은 지대에 있었기에 신축 건물을 완공 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다가 위험 수위까지 도달하면서는 서서히 이사를 하기 시작 했다.
그 당시엔 트럭이 많이 없을 때라 큰물건들만 차로 이동하고 나머지 자질구레한 비품들은 우리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들고 걸어서 날랐다.
그때 난 운동장에 심어져 있던 철봉대를 여러 명이서 들고 새로 옮길 학교로 거의 두 시간 정도 낑낑대며 힘들게 날랐던 기억이 난다.(계속)
이권희 / 2019.08.21 10: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