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 마성의 매력을 지닌 ‘팔색조’ 도시, 군산-2
도시재생이란 뭘까요? 도시는 생명이 있고 역사를 간직하게 됩니다. 산업과 경제의 논리에 따라 쓸모가 있는 지역은 재개발되고 어떤 지역은 방치됩니다. 시간이 흐르면 건물은 낡고 목재들은 고재가 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온전히 ‘시간의 가치’를 담게 됩니다. 그 가치는 가격을 매길 수 없습니다. 왜냐면 인위적으로 그 세월을 다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그 불가능이 존재하기에 도시는 재생되어야 합니다.
군산도시재생의 시발점은 관이 주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건 도시재생의 가치를 알고 있는 다양한 주민중심 공동체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펀빌리지협동조합’은 그중 하나입니다. 군산을 오시는 손님들이 하룻밤을 편히 묵어갈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죠. 처음 이를 생각하고 추진했던 ‘장재진’ 초대 이사장은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들을 활용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이를 주민들의 수익으로 이어가겠다는 꿈을 현실화 시켰습니다.
법적으로 복잡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뜻있는 주민들이 모여 군산의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사람입니다. ‘히로쓰 가옥’(신흥동일본식가옥)과 담 하나로 붙어있는 집을 개발해서 ‘이웃’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100년이 된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목재 하나, 벽 하나 쉽게 철거하지 않았습니다. 가치는 최대한 살리고 편안함은 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오래된 집이라 호텔처럼 고급스럽지도 편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손님들은 불편함을 감수하시면서도 하룻밤 잘 자고 갔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보람이 생겼습니다.
이후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이성당 부근에 ‘다호’라는 게스트하우스도 만들었습니다. 전면은 70년대 근대건물이, 그리고 안쪽에는 적산가옥이 있는 특이한 형태입니다.
2층으로 이루어진 게스트하우스로 최대한 손님들이 편히 묵으시게끔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자율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었지요. 도미토리형태가 아닌 독립적인 방과 화장실 구조로 가족들과 연인들의 방문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군산관광은 갈 길이 멀었습니다. 좁디좁은 골목들로 이루어진 관광지기에 사고의 위험이 높습니다. 주로 걷는 관광이 많은 군산의 특성 상 ‘일방통행’이 긴급하게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관광 시간을 소비해야할 콘텐츠가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성당에서 빵을 사려고 줄을 서있는 시간은 관광하는 시간이 아니지요. 박물관 하나, 빵집 하나, 짬뽕집 하나 있는 게 군산이라는 어느 손님의 말이 매우 아픈 팩트로 가슴에 꽂히더군요. 군산이 보고 싶어 찾아주신 손님들께 최대한 많은 배려를 하지 못함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군산은 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만이 안 되는 중소도시에 공항이 있고, 바다와 항구가 있습니다. 금강이 있고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있습니다. 역사를 담은 원도심이 있고, 젊음이 있는 신도시도 공존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군산은 ‘영화의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로케이션을 잡기 쉽고 이동거리도 짧고 이미 존재하는 자연과 환경이 천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러 많이 옵니다. 시대극부터 현대배경까지 모든 시간의 장르를 다 찍을 수 있는 곳입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맛있는 음식 때문에 군산을 오고 싶어 한다는 건 열외로 쳐도 말이죠.
이런 많은 혜택과 편리함이 있지만 군산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이 나가고 난 빈자리는 큽니다.
온전히 민간투자자들과 노동자들이 고통을 떠안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관광산업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웨덴의 말뫼라는 도시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조선업으로 흥했던 도시가 망하고 이후 정부가 장기플랜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온 주도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이제 유럽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도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군산이 아시아의 말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더 많은 노력과 협력을 모았으면 합니다. 파이팅 군산!(끝)
ICM 대표
본지 객원 논설위원
이진우 / 2018.11.17 18:44:35